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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최고윤리책임자' CEO가 필요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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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돼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준 태광그룹 회장 등이 구속 수감 중이다. 여기에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이어 전경련 회장을 지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마저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 같다. 현 회장은 이미 국감장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모두 창업 2·3세들이다.

재벌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산의 주역이자 경제 발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지금까지는 비교적 관대했다. 특히 '유전무죄'의 상징처럼 재벌 총수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관행처럼 되풀이됐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기 위해 재벌 비리를 근절시키고 도덕성까지 물어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강하다.

때문에 세습 경영으로 빚어지고 있는 재벌의 파행이 자리 잡기 어렵게 됐다. 재벌 비리는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부의 불법 상속을 중심으로 한 탈세를 비롯해 비자금 조성, 횡령,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 일감 몰아주기, 뇌물 공여까지….

이러한 과정에서 세습 경영 재벌 총수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동되고 있지만 성과는 아주 미약하다. 또한 사외이사제를 도입해도 견제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 경영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내세워 '기업의 사기저하론'을 펴면서 반발(?)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업이 새로운 풍토를 조성하자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바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윤리경영이 절실하다. 윤리경영은 기업에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몇 해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벡텔의 낸시 맥크레디 히긴스 부사장은 "벡텔의 폭발적 성장은 반부패 윤리 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바로 기업에 활력을 배가하는 길이 윤리경영이라는 것이다. 히긴스 부사장은 벡텔의 윤리·준법 감시관 역할을 맡은 '최고윤리책임자(Chief Ethics Officer)'다.

또한 지난주 방한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아서디리틀의 이그나시오 엘비스 회장은 "윤리경영 교육을 못 받은 세습 경영이 동양그룹 같은 사태를 빚었다"고 일침했다. 하루 빨리 우리 기업도 윤리경영 운동에 불을 댕겨야 한다./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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