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김혜수(43)에게 지난주
종영한 KBS2 월화극 '직장의 신'은 짜릿한 역전 홈런같은 작품이었다. 방송 직전 석사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여 위기에 봉착했지만, 극중 만능
계약직 사원 미스김을 명불허전의 연기력과 몸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소화해 오히려 찬사를 이끌어냈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배우로서 미스김을 연기한 건 너무 큰 행운이었다"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 어깨 탈골 숨기고 촬영
강행군
오지호·정유미·이희준 등 출연진과 종영 기념으로 1박2일 엠티를 다녀왔다는 소식으로 말문을 열었다. 어느 때보다 팀워크가
끈끈했던 터라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는 그는 "일일이 이야기를 다 전하고 싶을만큼 좋았다. 특히 조권이 밤에 합류했는데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다"면서 웃었다.
미스김과 계약직, 정규직 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유쾌하게 그린 이 드라마는 비록 시청률은 MBC
'구가의 서'에 밀려 월화극 2위에 머물렀지만 체감 인기는 뜨거웠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비정규직 문제를 풍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시청자들에게 위안을 줬다.
특히 김혜수는 124개의 자격증을 지닌 미스김을 열연하면서 중장비 기사, 살사댄서, 게장의 달인,
조산사, 사무기기 수리원, 버스기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해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홈쇼핑 모델로 변신해 빨간 내복을 입고
'쩍벌춤'까지 춰 큰 웃음을 줬다.
"저도 내복까지 입을 줄은 몰랐어요. 화제가 될 줄도 몰랐고요. 제작진이 해당 신을 촬영하기
직전에 혹시 불편하냐고 물어봤었지만, 작가를 믿기에 전혀 걱정하진 않았어요. 제가 이런 연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건 캐릭터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장르가 코미디일 뿐 전 한순간도 코미디를 하진 않았죠."
어떤 변신이 가장 어려웠느냐고 묻자 "다 쉽지 않았는데, 꼽자면
몸 쓰는 장면이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면서 유도 장면을 찍다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은 사실을 고백했다. 아탈골이라는 진단을 받아 앞으로도
계속 어깨를 조심해야 한다.
"미스김이 미션을 한번 수행하면 일주일 내내 몸살을 앓아요. 괜찮아지자마자 또 다른 미션이 떨어지니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유도를 하다 어깨가 탈골된 다음날에도 미스김이 체조하는 장면을 찍느라 어깨를 돌려야 했죠."
# 배우도 계약직…"올 가을엔
영화 '관상'으로 만나요"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했다는 점에서도 뜻 깊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마저 드라마를 보고
김혜수에게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며 많이 연락해올 정도였다.
"비정규직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 같아요.
그런데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 생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잖아요. 미스김은 판타지라기 보단 마음속에 그려 놓은 꿈을 실현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한 것 같고, 나도 마찬가지였죠."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계기를 줬다. 그는 "나 역시 미스김처럼 딱
3개월을 촬영하고 끝났다. 배우도 계약직인 셈"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축복받은 계약직이란 걸 많이 느꼈다. 매일 출근하는 누군가에게 미안했고,
앞으로 내 일을 할 때는 엄살 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혜수는 올 가을 추석에 개봉하는
영화 '관상'으로 조만간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완성된 캐릭터, 독특한 캐릭터를 만난 건 배우로서 큰 혜택이었다. 시청자
분들이 위안을 얻는 드라마를 함께 해 다행"이라고 감사를 전하며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것을 기약했다. 사진/최윤성(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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