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암동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회사원 하 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딸을 연예인으로 키워볼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걸그룹의 춤을 곧잘 따라하는 딸의 모습을 자주 보면서부터다. 하 씨는 "재능만 있다면 뒷받침해주고 싶다. 자녀들과 CF에 동반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이른 연예계 데뷔가 잘만 하면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집안살림에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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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7번방의 선물' 갈소원, '아빠 어디가' 윤후, '케이팝스타2' 방예담, '아저씨' 김새론. | 영화 '7번방의 선물', SBS 'K팝 스타 2' MBC '일밤 - 아빠 어디 가' 등 아역 출연자들의 깜찍한 맹활약을 앞세운 대중문화 상품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키즈테이너'(키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주로 성인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대형 기획사들까지 '될 성 부른 떡 잎' 찾기와 만들기에 일제히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싸이더스HQ는 '7번방…'의 주역 갈소원을 비롯해 이미 상당수의 아역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 '아저씨' '이웃사람' 등에 출연한 김새론이 소속된 판타지오는 예비 꿈나무 양성 프로그램인 아이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판타지오 관계자는 "소속 연예인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된데다 업계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성인 연기자 못지않게 영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어린 만큼 진로는 한 분야로 정하지 않고 가수·연기자 등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활동을 지원 중"이라고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다.
매니지먼트 계약 체계는 성인과 다르다. 이 관계자는 "전속이 아닌 에이전트로 계약하는 편이다. 큰 수익이 나진 않지만 (유승호처럼) 아역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스타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 차원에서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일 방송된 'K팝 스타2'에서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준우승을 한 방예담에게도 대형 가요 기획사들이 영입 욕심을 내고 있다. 방예담은 오디션 과정에서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과 비견되는 천부적인 재능을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기자 및 모델 양성 학원도 이전에 비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기관을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아이들이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연예인이 되길 희망했던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어린이 연기자 및 모델 교육 기관인 키즈 플래닛의 정병석 대표는 "K팝을 듣고 자란 지금의 30대 부모 세대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교육만 강조하던 예전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에게 '끼'가 있다면 조기 교육을 시키는게 낫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은 변화에 힘입어 '끼' 있는 어린이들을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키즈 시장이 갑자기 팽창함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몇몇 기획사와 교육 기관이 양성보다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부모들을 현혹하고 동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사례가 빚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거주중인 신 모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에게 학교 앞에서 '자질이 엿보인다'며 명함을 건네준 기획사를 찾아갔더니, 강습비 등을 포함해 500만원 가까이를 요구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정 대표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거나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회사들은 문제가 있다. 부모들은 양질의 회사를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또 아이를 전문적인 연예인으로 키울 것인지,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예능 교육을 원하는 것인지 목적을 정확히 구분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