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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대기업 꼼짝마'…여소야대 국회 재벌개혁 시동에 재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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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정치권이 민생경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이 열린 모습./연합뉴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대기업과 재벌을 겨냥한 정치권의 입법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법안 대부분이 민생 경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이슈를 선점해 '민생 정당'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의 입법 경쟁이 기업들의 투자위축을 부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고용·총수일가…전방위 규제 강화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출범 후 접수된 법안 118건 중 대기업 규제 등 관련 법안은 10여건이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백화점 개설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전통상업 보존구역에는 기업형 슈퍼마켓(660㎡ 이상)의 입점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을 재발의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처럼 기업의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은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관련 모든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은 소비자가 입은 손해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기업이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골자로 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간기업에 청년 의무고용을 할당하는 법안도 추진된다. 노웅래 의원이 추진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은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이 정원의 3~5%를 청년으로 의무고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용의무 부담금이 부과된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공익법인을 이용한 재벌들의 상속·증여 편법과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 역시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을 통해 재벌기업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놓고 두 야당의 공조도 주목된다. 더민주는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대기업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 기업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법인세 인상을 여소야대 정국에 힘입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철 의원은 이미 지난 2일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국민의당은 의원 개인의 입법 발의는 가능해도 당론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까진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재벌 저격수' 등장에 재계 좌불안석 

여야 3당이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검토 중인 것을 고려하면 대기업·재벌 관련 법안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재벌의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재벌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활용해 경영권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5% 이하의 기업 지분을 인수할 때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대기업 총수들의 정치적 사면을 제한하는 일명 휠체어 금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치권이 시장질서는 물론 고용과 재벌총수에 대한 법적 권한 등 전방위 규제 압박에 들어가면서 재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재벌 옥죄기에 놀란 재계가 몸 사리기에 나설 경우 투자와 고용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재벌 저격수로 이름난 의원들이 대거 정무위 입성을 노리면서 재계의 긴장 수위는 높아진 상태다. 국회 상임위 중 정무위는 특히 대기업 관련 법안을 다룬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민주에선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최운열, 제윤경 의원 등이 정무위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에선 18대 국회 정무위에서 활약한 박선숙 의원과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진 채이배 의원이 대기하고 있다. 19대 때 노동개혁법안을 다룬 환경노동위에서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정무위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대기업 관련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쉽게 통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야권 의원 측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여도 법안이 바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야권이 재벌 개혁에 관심을 갖고 민생경제를 주도해나가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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