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의 부정부패 사례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 펀드매니저들이 금품을 받는가 하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에 가담하는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적발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부 사례가 업계의 구조적 비리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연이은 터지는 도덕적 해이
2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이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소속 펀드매니저인 박모(35)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차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주식리서치팀에서 IT 담당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지난 2012년 중순께 주가 조작 세력으로부터 '디지텍시스템스'의 주식을 매입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차장에게 주가 조작을 청탁한 3명은 이미 구속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현재 수사를 받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박 차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개인 컴퓨터에서 당시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 등 자료를 복사해 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금품수수가 벌어진 일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압수수색도 회사가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산운용사 여러 곳을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로 수익을 올린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한미약품 임직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부정한 공생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3월 18일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와 자사가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및 협력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개발 성공시 계약금과 기술료(마일스톤)만 7800억원으로 추산돼 단일 기술수출 계약으로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호재성 정보이지만 한미약품의 주가는 이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은 지난 10월 지난 5월쯤부터 계속해온 외국계 자산운용사·증권사 임직원들의 '금융 전문직역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골드만삭스, 다이와증권 등 외국계 금융기관의 전·현직 임직원 7명과 금융브로커 등 총 14명을 적발해, 그중 1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돼야
자산운용사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개인적인 탐욕에 의한 범죄가 업계에 만연한 구조적 비리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개인 비리일 뿐 업계에 만연한 조직적인 범죄가 아니다"라며 "물론 그들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집단에서나 이러한 개인 비리가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내부 감시와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내부 통제를 해도 탐욕에 눈먼 개인의 비리를 뿌리 뽑기는 어렵다는 항변이다.
한 운용사 임원은 "개인 범죄를 회사가 알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더욱 시스템을 강화하고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극복과 처벌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모럴 해저드를 넘어선 범죄지만 업계 전체를 매도해 일반화될 사안은 아니다"면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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