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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로라공주' 제작발표회. 출연진 가운데
손창민(맨 왼쪽)과 오대규(맨 오른쪽)가 갑자기 하차했다. | 최근 스타 작가
임성한이 집필중인 MBC 일일극 '오로라공주'의 주연급 배우들이 단체로 출연 도중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제작진은 하차 이유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더 큰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출연자의 물갈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동안 방영됐던 드라마들의 출연자 하차 과정 전례들을 살펴보며 의미를 유추했다.
# 갑작스러운 하차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증발'로 배우들이 하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극 전개 방향을 바꾸기 위한 제작진의
계획된 전술이고, 두 번째는 배우의 개인적인 사정 혹은 배우와 스태프의 불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경우다.
전자는 작가가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데, 주로 등장인물이 죽거나 아주 멀리 떠나는 것으로 처리해 극의 전환을 꾀한다. MBC '구가의 서'에서 극 초반
비극적인 사고로 사라진 이연희가 대표적인 사례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도 일조한다.
문제가 된 '오로라
공주'도 오로라의 세 오빠와 황마마의 세 누나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그리다 이번 하차를 계기로 오로라·황마마·설설희의 삼각관계로 극의 중심축을
옮겼다. 이후 시청률은 반짝 반등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개연성없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구가의 서'와는 다르다. 임 작가는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등에서도 극 전개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몇몇 등장인물들을 돌연사로 갑자기 사라지게
해 비판을 받았다.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자신이 꼬아놓은 인물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매우
드물지만 제작사가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하차를 결정하기도 한다. 일례로 100부작으로 제작된 한 대하사극에서 출연료를 절감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차례차례 죽게 한 적 있었다. 120부작인 '오로라 공주'도 제작비 부담으로 몸값 비싼 배우들을 하차시킨 것이란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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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의
심혜진 |
# 애초 캐릭터와 달라지면 미련없이 '굿바이'
배우의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는 경우는 주로 스케줄 문제이거나 캐릭터에 대해 제작진과 의견이 다를 때다. KBS2 '강력반'의 선우선과 KBS2 '선녀가
필요해'의 심혜진이 그랬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캐릭터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려져 배우로서 얻을게 없다고 판단되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하차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얼마전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자살을 시도한 탓에
KBS1 '일말의 순정'에서 하차한 손호영, 티아라 왕따 논란으로 대중의 여론이 악화되자 KBS2 '해운대 연인들'에서 하차한 소연처럼 각종
사건·사고나 물의로 인해 '강퇴'당하기도 한다.
이 밖에 불화로 인한 하차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KBS2 '스파이
명월'의 한예슬이 밤샘 촬영 문제로 스태프들과 갈등을 빚다 돌연 미국으로 잠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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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한예슬 |
# 돌연 하차는 배우에게 정신적·물질적
상처
일반적으로 하차는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배우와 제작진의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진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하차를 누가 먼저
제의했는지와 상관없이 협의를 통해 방식을 의논한다. 예를 들어 중견배우일수록 협의가 잘 이뤄지면 강한 임팩트를 주는 죽음으로 말을 맞추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한 '오로라 공주'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에 하차한 한 중견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야기를 전해듣기로는 작가의 결정이라고 들었다.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배우가 떠안는다. 이 관계자는 "배우가 갑작스러운 하차로 일에 공백에 생겨 계획이 어그러졌다. 그러나
금전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으로 손실이 크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작품을 추천한 매니저 입장에서도 배우 볼 낯이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작가 입장에서는 대본 안에서는 자신이 신적인 존재라고 여기고 등장인물에 마음대로 칼을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드라마의 왕이 작가란 건 알지만, 그래도 횡포가 심하다"고 꼬집었다./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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