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맞춤형 보육'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정부가 예정대로 제도를 7월1일부터 시행할 뜻을 강력하게 내비친 가운데 당사자인 일부 어린이집 관련 단체는 23~24일 휴원을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또 정부가 협의를 끝냈다고 말하는 야당도 맞춤형 보육을 당장 시행할 경우 폐해가 많다며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년째 불거졌던 누리과정 논란이 올해엔 맞춤형 보육으로 불씨가 옮긴 모양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맞춤형 보육에 대해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봤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0~2세가 대상인 맞춤형 보육은 현재 일괄적으로 종일반으로 돼 있는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부모가 맞벌이 등을 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장시간 맡겨야 하는 경우엔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1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엄마가 집에 있는 가정 등에선 아이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동안에만 맡길 수 있는 맞춤반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맞춤반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은 1시간 범위내에서 부모와 어린이집이 오전, 오후 중에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이용해 맞춤반 시간 외에 필요할 때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를 아침일찍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회사를 가야하는 맞벌이 부부는 7월부터 시행될 맞춤형 보육 제도에 일단 찬성이다.
서울 노원에 사는 김지은씨(가명·29세)는 "집에서 광화문에 있는 회사까지 오가는 시간이 편도로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출근시간인 9시를 맞추는 것도, 오후 6시에 회사를 마무리하고 부랴부랴 퇴근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것도 가족 모두에게는 매우 지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재계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워킹맘'들을 지원사격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기 위해선 (복지 등에)약간의 차등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면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져야 생산가능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이같은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고 경제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동안 가사를 하면서도 아이를 잠깐이라도 어린이집에 맡겼던 주부들은 마뜩지 않다.
수년전 정부와 정치권이 합의해 0~2세 아이의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 아이들을 대거 어린이집에 맡겼던 그들이다. 하지만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워킹맘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또 이들 주부다.
복지부 자유게시판에도 맞춤형 보육을 반대하는 글들이 연일 쌓이고 있다.
손 모씨는 "우리 아이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3시에서 3시30분까지 잡니다. 3시에 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데 아이 깨워서 데리고 오는 게 아이의 정서에 더 좋을까요. 게다가 인터넷 강의 수강은 종일반 사유에 들어가지 않던데,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서 아이는 방치하고 인터넷 강의들으면서 혼자 공부하는게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칠까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를 맡아 양육을 하는 어린이집들도 맞춤형 보육이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기본보육료와 부모보육료로 나뉜다. 기본보육료는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부모보육료는 정부에서 부모를 거쳐 어린이집으로 각각 들어가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부는 기본보육료는 종전대로 지원하되 부모보육료에 대해선 맞춤형의 경우 종일반 대비 80%만 지원키로 했다. 결국 부담이 어린이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맞춤형 보육 예산에 대해 평가하면서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어린이집의 정부 지원금이 사실상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린이집이 맞춤반을 선택한 아동을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어린이집들이 수입 유지를 위해 종일반을 허위 등록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정욱 교수는 "어린 아이와 엄마들의 애착도를 생각하면 불필요하게 보육기관에 애를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맞춤형 복지는 찬성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면서 "어린이집 지원금 차등화를 철회하고 관련 제도 시행으로 절약한 예산은 보육교사 처우개선 등 현장에 재투자해 보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현재 불거지고 있는 잡음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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