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서울시극단
"명예는 죽은 자가 느낄 수 없다. 죽은 놈에게는 죽은 명예가 반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인간에게는 명예가 있는가. 없다. 그래서 나는 명예가 반갑지 않다. 주여, 저에게는 명예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소서."
피비릿내가 진동하는 전쟁터에서 내뱉는 폴스타프의 대사다. 연극을 보는 내내 폴스타프의 명언들이 귓가에 맴돈다. 마냥 우습지만은 않은 그의 말에는 가시가 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서울시극단의 '헨리4세 part1&part2-왕자와 폴스타프'는 오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작품으로 헨리 4세가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한 이후 겪게 되는 사회의 혼란과 정권세습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2002년 김광보 연출의 초연 당시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역학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김광보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어느 시대든 동시대성을 띤다"며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다룬 그의 작품을 지금 다시 공연하는 것이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14년 만에 다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소감을 밝혔다.
"헨리 4세는 무력으로 왕위에 올라선 인물로 왕권을 지키려는 욕망이 있는 인물이고, 헨리 왕자는 왕위 찬탈을 향한 욕심이 있죠. 그리고 반역을 일으키는 핫스퍼 역시 정당성을 외치고 있지만, 욕망을 감춘 인물인 건 변함이 없어요. 그리고 이 모든 욕망의 실체 사이에서 조롱하고 풍자하는 인물은 폴스타프예요."
실제로 극을 재미있게 유도해나가는 건 헨리 왕자와 폴스타프의 대화다. 도둑질을 일삼고,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함께 내뱉는 그의 궤변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반란군과의 전투를 앞두고 모인 군인 부하 열댓명을 보고 "300명의 군인? 그 중 귀족 가문들을 다 빠지고, 없는 집안 자식들만 모아놨네"라고 조롱하는 대사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뚱뚱하고 늙은 궤변가 폴스타프는 모두가 각자의 야망을 드러낼 때 홀로 권력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관객은 감정과 본능에 솔직한 그의 모습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극이라서 무거운 내용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극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균형을 이루며 흘러간다. 쉴새없이 변하는 무대 배경과 잘 짜여진 배우들의 합은 단순한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14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헨리4세 part1&part2-왕자와 폴스타프'는 오세혁 각색, 박동우 미술감독, 장한솔 음악 등 국내 정상급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더욱 탄탄해진 구성을 자랑한다. 헨리 왕자 역은 주목받는 신예 박정복이, 폴스타프 역은 초연에 이어 이창직이, 헨리 4세 역은 강신구가 맡아 열연한다. 아울러 서울시극단 연기 단원까지, 총 28명의 배우들이 참여한다.
- ▲ 폴스타프 외./서울시극단
- ▲ 헨리왕자 외/서울시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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