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고령화가족' 공효진흔히 전형적이지 않은 상업영화가 나왔다고 할 때, 그 속엔 공효진(33)이 있다. 일상에 발 붙어 있으면서도 독창적인 이야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편안하게 요리할 때 관객들은 그에게 빠져든다. 9일 개봉하는 영화 '고령화가족'은 또 한번 생활형 리얼 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시나리오'겨털녀'로 화제를 모은 영화 '러브픽션'과 다큐멘터리 형식의 '577 프로젝트'를 연달아 한 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찾아왔다. 1억 관객 시대에 접어든 한국영화 시장에서 자신도 한 몫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이번 영화를 두고 고민했어요. 거친 인물인데다가 비중적으로도 그랬죠. 하지만 결국은 제 취향을 버리지 못했어요. 지난해가 가기 전에 꼭 한 편 더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시나리오였거든요."교도소를 들락거리다 백수로 엄마(윤여정)에게 빌붙어 사는 첫째 한모(윤제문), 영화감독이자 흥행 실패로 인생의 막장까지 갔다가 엄마에게 의지하는 둘째 인모(박해일), 여기에 두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열 다섯 살 딸(진지희)을 데리고 미연(공효진)이 집안에 합류하면서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일상이 시작된다."비중이 적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거라 확신했죠. 엄마(윤여정), 오빠들(윤제문·박해일). 이런 큰 배우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컸어요."서로를 헐뜯고 욕하며 이용하는 삼남매와 이를 중재하는 어머니, 그러면서도 위기에서는 하나로 뭉치는 가족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확장한다. 소소한 일상이 영화 내내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완벽한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모두 처음 만난 선배들인데 어느 샌가 그들과 한 팀이 돼 있더라고요. 촬영 뒤 술자리에는 꼭 불편한 사람 한 명쯤 있기 마련인데, 누구 하나 없으면 섭섭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단독 샷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독님도 인위적인 걸 배제하고 그룹 샷 위주로 촬영해 더욱 팀워크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남자배우와도 호흡 척척…하하심기를 건드리는 오빠들에게 욕을 술술 뱉어내고, 튀어나온 배를 발로 내리치는가 하면 벽돌로 뒤통수를 가격하기도 한다. 평범한 캐릭터가 아닌 동시에 평범하게 소화하기는 더욱 어려운 역할이다. 그러나 공효진은 관객에게 부담주지 않고 맛깔나게 해낸다."욕을 할 만한 상황이긴 해도 미연이는 참 못돼 쳐먹은 애죠. 이해받을 수 없는 인물이잖아요. 촬영하면서도 '이런 걸 어떻게 오빠들에게 할까' 망설였어요. 두 오빠(윤제문·박해일)에 대한 사심이 있어서 더 그랬나봐요. 실제 가족처럼 저를 무장해제 시켜준 오빠들 덕분에 거침없이 내뱉고 몸을 던질 수 있었죠."욕 잘하는 배우가 연기도 잘한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안 써서 그렇지 상황에 놓이면 누구나 잘 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8월에는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으로 안방을 찾는다. 귀신이 보이는 여자와 그를 믿게 되는 남자가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상대 남자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데 탁월한 그는 이번에 소지섭과 호흡을 맞춘다."제가 누구랑도 잘 맞잖아요. 하하하. 드라마는 남자 배우가 돋보여야 흥행하거든요. 다음 생에는 브래드 피트나 조니 뎁 같은 남자 배우로 태어날래요."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원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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