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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모놀로그] 사육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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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초등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곧잘 듣는 이야기는 '좋은 시절 다 갔네.'이다. 아무도 '좋은 시절은 이제부터야!'라고 격려를 해주지 못할 망정, 왜 어린아이 겁부터 주는가.

그러나 겁내야 하는 환경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영국 탤래그래프지에 '올해의 웃긴 사진'으로 한 국내 해병대캠프에 입소해 무거운 목재를 낑낑 매며 고통에 신음하는 초등학생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영국인들에겐 어이없이 웃긴 일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이로서는 섬짓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최루탄 가스실에 집어넣어 훈련시키는 사진도 공개되었다. 가스실에서 사용되는 물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정말 무해하다면 왜 저토록 처참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대체 아이들은 왜 돈 주고 사서 고문을 받아야 하는 걸까?

부모들은 자식을 강하게 키우겠다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보낸다고 한다. 한데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것부터가 부모의 뒤틀린 욕망인 것 같다.

부모들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식들에게 무리해서 투영하거나 출세한 자식을 통해 득 보려는 것 아닐까. 애초에 '훌륭하다'라는 개념부터 다른 것일까.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되길 원한다면 방법론부터가 틀렸기에 부모부터 공부해야 한다.

이들에 놀란 것도 잠시, 서울 강남엄마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스터디룸 가구'의 사진도 놀랍다. 반평짜리 네모난 박스공간에 책상 하나 집어넣은 완전폐쇄형공부방이다. 피톤치드 재질로 만들어 머리도 맑아져 성적도 쑥쑥 올라간다지만 여느 엄마들처럼 문을 밖에서 잠궈버린다면 이건 정신병원 독실이나 감옥과 다름없다.

명백한 아동학대이거나 아동학대를 쉬이 가능케 하는 환경이다. 아이들은 억압적 상황을 피할 힘도 없거나, 그런 폭력적인 부모라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에 그 고통과 인내심을 무리해서 감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느끼는 분노는 다른 형태로 고스란히 마음 안에 차곡차곡 쌓여 훗날 어른이 되어 마침내 어떤 형식으로든 폭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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