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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무결점 영웅의 재기는 가능할까 '맨 오브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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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무결점 영웅의 '끝판왕'이란 이유로 오히려 빛이 바랜 케이스다. 하자투성이 슈퍼 히어로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요즘, 너무 완벽해서 탈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제작자와 연출자로 만나 '슈퍼맨' 시리즈를 리부트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대목은 아마도 '왜 슈퍼맨은 슈퍼맨일 수 밖에 없느냐'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이었을 것이다. 13일 개봉될 '맨 오브 스틸'이 이전과 달라보이고 지금의 여느 슈퍼 히어로물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래서다.

멸망 직전 크립톤 행성의 천재 과학자 조 엘(러셀 크로)은 고향 별의 혈통을 이을 유일한 후손이자 자신의 아들인 칼 엘을 지구로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반란군의 지도자인 조드(마이클 섀넌)에게 살해당한다.

지구로 온 칼 엘은 클라크(헨리 카빌)란 이름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남다른 신체적 능력에 불만과 회의를 품는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슈퍼맨으로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우주로 유배됐던 조드 장군 일당이 지구로 쳐들어온다.

캐릭터 구성은 '슈퍼맨' 1·2편을 합친 것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헨리 카빌은 인간미를 옵션으로 더해 관객들을 사로잡고, 1편에 잠시 나왔다가 2편에 본격적으로 출연했던 조드 장군이 처음부터 악역으로 합류하면서 코믹한 악당 렉스 루터는 사라졌다. 여기에 연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과 지구인 양부모(케빈 코스트너·다이앤 레인)의 비중이 늘어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훑는 맛도 진해졌다.

무엇보다 눈 여겨 볼 변화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놀런 감독이 참여하면서 새롭게 깊어진 철학적 의미다. 놀런 감독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영웅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고뇌를 꽤 오랫동안 묵직하게 파고 든다. 다만 그 방식이 '다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아주 신선하진 않고 때론 장황하며 지루하다.

스나이더 감독은 '300'과 '왓치맨'의 테크니션답게 액션의 완급 조절과 사이즈 확대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의 속도감을 끌어올리고 규모를 키우는데, 웬만큼 눈이 빠르지 않고서는 몇몇 커트를 놓치기 십상이고 "헉" 소리가 나올 만큼 압도당한다.

모든 면에서 리부트의 출발로는 썩 양호하다. 그러나 관객들이 '빨간 팬티만 벗는다고 슈퍼맨이 달라져?'라며 다소 시큰둥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벽한 영웅에게서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감을 다음 편에선 얼마나 더 줄일 수 있을 지가 향후 제대로 된 부활의 관건일 것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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