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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뮤지컬 스타 한지상 "오락실 노래방이 연습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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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상(31)이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이달 초 막 내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자마자, 16년 만에 국내에서 초연되는 브로드웨이 히트작 '스칼렛 핌퍼넬'(다음달 6일 LG아트센터 개막)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공연을 2주 앞두고 남산창작센터에서 하루 13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슈퍼 히어로의 원조로 변신한 유다

연습실에서 마주한 한지상은 '지저스…'에서 유다 역을 처절하게 연기하며 보여준 무게감을 한층 덜어낸 모습이었다. 새 작품에서 그가 맡은 매력적인 영웅 스칼렛 핌퍼넬처럼 여유와 유쾌함이 엿보였다.

이 뮤지컬은 낮에는 화려한 한량 영국 귀족 퍼시로, 밤에는 프랑스 공포 정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는 비밀 결사대의 수장으로 사는 스칼렛 핌퍼넬의 이중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영국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가 1903년 발표한 소설로, 히어로물의 원조 격이다.

"핌퍼넬은 슈퍼맨·배트맨·아이언맨 등 지금까지 보여 진 영웅들과는 달라요. 일단 몸보다 머리로 싸우고, 잔뜩 어깨에 힘주고 각 잡는 모습도 없죠. 긴장이 생길수록 오히려 여유를 느끼는 영웅이죠."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에서 퍼시로 변신한 한지상

이번 출연은 제작진이 '지저스…'에서 한지상의 뛰어난 가창력을 인상 깊게 보고 제의를 하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듣는 관객이 아찔해질 만큼 3~4 옥타브를 넘는 고음을 쉼없이 내질러 목이 상했던 한지상에게 당장 다음 작품을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유다는 남자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인 '하이C' 음을 내질러야 했던 역이었는데, 공연 초반에 2주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출연하면서 목에 한계가 왔었어요. 그러나 이번 작품의 이지나 연출님이 목을 아물게 하고 전혀 다른 목소리로 변신할 유예 기간을 주셨어요. 핌퍼넬은 유다와는 전혀 다른 저음의 클래식한 창법을 보여주게 될 겁니다."



# 타고난 노래 실력? 노래방이 선생님

군복무를 함께 한 조승우가 "노래 선생으로 삼았다"고 할 만큼 보기 드문 가창력의 소유자지만, 정식으로 노래를 배운 적은 없다. 교수 부모 슬하에서 자라 학창시절에 배우나 가수는 꿈꿔본 적 없고, 대학도 입시에서 번번이 실패하자 진로를 바꿔 삼수 끝에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들어갔다. 데뷔작은 2003년 연극 '세발자전거'다.

뮤지컬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서편제' '환상의 커플' '돈 주앙' '어쌔신' 등에 출연하면서 차츰 실력을 쌓았다. 특히 올해는 '완득이' '넥스트 투 노멀'에 이어 '지저스…'와 이번 작품까지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릴 적에 피아노를 오래 쳐서 음감은 있었겠지만, 뮤지컬을 하기전에는 입시 실패로 방황할 때 스트레스를 풀러 500원이면 부를 수 있는 오락실 노래방을 혼자 다닌 게 전부에요. 일을 시작한 후에는 주로 노래 도둑질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죠. 선배들의 노래를 듣고 목젖을 훔쳐보면서 분석하고 나름의 요령을 만들어 갔어요."


   
 

뮤지컬 경력 10년째에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그는 "지난 10년간 큰 인기는 없었지만 조금씩 신뢰를 쌓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저스…'를 계기로 많이 알아봐주시는데, 이럴 때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웃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늘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연기하려고 한다"면서 "관객들에게 핌퍼넬을 통해 이런 영웅도 있다는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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