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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박성훈의 IT도 인문학이다]남자의 첫사랑과 갤노트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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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후지필름의 사진 출력기 '인스탁스 쉐어'

남자의 첫사랑과 갤노트는 닮았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빨리 사진을 찍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기기 덕이다. 

게다가 이들 단말기에 들어가는 렌즈나 이미지 센서, 카메라 모듈 등 사진 관련 부품의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2~3년 전 보급형 디지털카메라보다 되레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재미있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종이로 출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진 인화 서비스가 알게 모르게 호응을 얻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디지털, 모바일, 합리성, 경제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 태블릿PC나 디지털TV의 넓은 화면이 아닌 인화지로 사진을 본다? 

LG전자의 휴대용 사진 출력기 '포켓포토'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블루투스를 켜놓은 채 뽑고 싶은 사진을 고르기만 하면 15초만에 아날로그 스타일의 종이 사진이 나온다.

한국후지필름은 '인스탁스 쉐어'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프린터 방식인 '포켓포토'의 이미지 해상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을 감안해 사진인화 방식을 도입한 기기다. 

포켓포토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지만 시중에 물건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잘 팔리는 모양이다. 

휴대용 사진 출력 기기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진 파일을 받아 인화를 한 뒤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디지털 사진 인화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을 신청한 지 6시간 뒤에 도착하기는 하지만 선명함과 해상도에서 비교 우위에 있어 여전히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물론 정부의 공식 문서도 e-북이나 디지털 문서로 바뀌고 있는 세상에 사진을 굳이 예전의 종이인화 방식으로 간직하려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것도 필름이 들어가는 전통 사진기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사진기나 스마트기기로 촬영을 하면서 말이다. 

'호모 메모리쿠스'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추억하는 인간'이다. 인간의 본질 중 하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고 향수에 젖어드는 것이다.

남자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여자들이 중고교 시절 짝사랑했던 선생님을 여전히 기억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는 얘기다.

다시 주위를 살펴보자. 필기용 펜을 장착한 삼성의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시리즈, 최근 속속 출시되는 턴테이블형 MP3플레이어레고 블럭 디자인을 채용한 스마트폰 케이스…. 

첨단 IT기기이거나 관련 제품이지만 아날로그의 향수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알을 낳기 전 태어났던 강물로 돌아오는 연어를 대놓고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  박성훈 기자(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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