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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박성훈의 IT도 인문학이다] 21세기의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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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속도 11km/h, 주행거리 40km. 허용중량 140kg, 재질 고강도 알루미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동휠체어다. 보급형 기준으로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1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전동휠체어는 기존의 수동휠체어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해 환자가 힘을 들여 바퀴를 굴리지 않아도 된다. 


수동휠체어에 앉아서 바퀴를 굴려본 사람은 안다.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는 휠체어를 두 손으로 움직이는 게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전동휠체어는 이런 점에서 장애인 인권을 대폭 개선한 물건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권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인 권리 또는 지위를 뜻한다. 


그런데 몸이 불편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보편적인 권리나 지위를 누리기는 어렵다. 


최근 장애인 인권을 또 한번 신장시킬 스마트한 물건이 등장했다. '핑거 리더'라 불리는 스마트 반지다. 


이 반지를 끼고 손가락을 책에 갖다 대면 음성이 나온다. 한마디로 '책읽어 주는 반지'다. 


미국 MIT에서 개발한 이 제품은 소형 카메라와 손가락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유저가 책위로 손가락을 옮기면 스마트 반지가 글자를 스캔하고 소프트웨어는 글자를 인식해 컴퓨터 합성음으로 변환해 들려준다.


물론 전 과정은 실시간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손가락이 처음과 마지막 문장에 있을 때는 진동을 울려 다음 문장을 쉽게 찾게 한다. 


게다가 문장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기능을 갖춰 외국 서적을 읽을 때도 매력적이다. 


핑거 리더가 점자책이 지닌 상당수의 단점을 커버해 독서가 여의치 않았던 장애인들에게도 지식을 전수하게 됐다. 


전동휠체어와 핑거 리더는 개별 기기로 한정하면 장애인을 돕는 IT기술을 활용한 '제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면 각각 원할 때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는 '다리'와 전문 지식을 겸비한 똑똑한 '머리'가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거나 만져질 수 없다. 그것들은 오직 마음 속에서 느껴질 것이다." 


장애인의 인권을 드높인 위인 헬렌 켈러의 말이다.


IT기술이 만든 이 시대의 다리와 머리는 그들의 일부가 돼 지속적으로 마음 속을 항해할 것이다. 

  

  

  박성훈 기자(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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