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인정보 유출 후 사기문자가 속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A씨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대출·도박·부동산투자 권유 스팸 문자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몇 해 전 옥션과 네이트온을 시작으로 국민·롯데·농협카드, 티몬, KT, CJ대한통운 등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유출 사례만도 8번에 달하는 그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 사고파는 개인정보 차라리 내가 돈 받고 파는 게 낫겠다"는 뼈있는 농담을 주변에 건네고 있다.
#다음 달 경기도 신도시 내 XX아파트 입주를 앞둔 B씨는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인근 부동산에서 전세를 내놓으라는 전화 권유를 한 것. 가뜩이나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소식에 신경이 날카로운 그가 "내가 그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따져 묻자 해당 중개업자는 "그냥 어디서 받았다"는 두루뭉술한 답변 후 서둘러 전화를 끊어 버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당장 국민들은 스팸문자에 시달리고, 보이스피싱의 타깃이 되고 있다.
◆뻥 뚫린 홈페이지, 개인정보 마음만 먹으면 털어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카드사, 이동통신사, 소셜커머스·쇼핑몰, 택배사 등에서 개인정보가 털렸다. 사실상 전 국민의 정보가 유출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상품화해 이윤 추구 수단으로 사유화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무차별적인 정보 공유를 허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17일에는 택배사마저도 개인정보 유출의 창구로 활용된 것이 확인됐다. 인천삼산경찰서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택배 배송정보조회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정보를 빼낸 뒤 판매, 수천만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일당이 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CJ대한통운 택배 배송정보조회 프로그램에서 382차례에 걸쳐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팔아 7138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에 이어 지난 6일 KT 홈페이지 해킹 사건으로 인한 981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만 보더라도 해킹을 시도한 이들도 문제지만 IT전문기업인 KT가 이처럼 쉽게 보안이 뚫린데 대해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KT 역시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 황창규 회장이 직접 나서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황 회장은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7일 "2012년에 이어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개인이 정보 관리하는 부동산업계, 안전불감증 '만연'
지난달 21일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명록이나 부동산 분양 계약서 등에 기재된 개인정보 35만 건을 인터넷을 통해 팔아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부동산 업체 직원 강 모(36)씨를 구속했다.
강씨의 경우 개인정보를 거래해 적발된 매우 드문 사례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개인정보를 시행사·분양대행사 등의 소규모 회사 또는 영업사원 개인이 수집하고 활용하는 탓에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영업사원들이 수집한 개인정보는 판매보다 교환을 통해 유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아파트 소진을 위해 수십, 수백 명의 영업사원을 동원하는 조직분양이 유행하면서 각자 갖고 있는 개인정보를 맞바꾸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 경찰이 이러한 개인간 교환까지 잡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정보를 보안 개념이 떨어지는 회사나 개인들이 관리하는 것도 문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A시행사 사무실에서는 고객 명단과 계약서가 담긴 서류파일을 책상 위에 그냥 올려놓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다"며 "비단 A회사만의 얘기가 아니가 시행사나 분양대행사, 개인 영업사원 모두에 해당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유출된 정보의 경우 카드사나 통신사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에 불과해 사회적으로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잘못된 부동산 투자를 했거나 사기를 당했을 때 발생하는 피해액은 '억' 단위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
또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의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의 분양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스팸 문자나 전화에 노출되는 빈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새 아파트 입주민의 경우 주변 부동산, 인테리어 업자 등이 이사도 가기 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개인정보 유출 따른 사기, 개인이 주의해야
이 같은 전방위적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시민단체들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KT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 19일 감사원 종합상담센터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직무유기 여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YMCA측은 KT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인한 반복적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이를 조사하고 시정하는 조치를 해야할 책무가 있는 방통위와 미래부가 직무를 유기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감사해 달라고 요청키로 했다.
또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18일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소비자와 함께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고자 KT 개인정보유출 피해자를 모아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공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2차 피해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노명선 KISA 침해사고대응단장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해 사이버사기가 발생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사이버사기로 의심되는 문자나 전화를 받을 경우 한국인터넷진흥원(118번)으로 즉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부동산은 건설사가 나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향후 피해가 발생해도 하소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모델하우스 주차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를 감추고, 방명록은 최대한 쓰지 않는 등 정보 자체가 새나가지 않게 신경 쓰고 투자 권유 문자 등에도 속지 않는 게 현재로써는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 박선옥 기자(pso9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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