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명예퇴직한 김한울 씨(51·가명). 재취업 자리를 찾아 봤지만 하루 일거리 밖에 없었다. 작은 식당이라도 해보고자 큰맘 먹고 계약을 했다. 가계를 알아보던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잘 하면 3%대 초반(변동금리 기준)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계약 후 계약서를 들고 은행을 찾았더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변동금리는 잘해봐야 3%대 후반, 고정금리는 아예 처음부터 4% 중반대나 가능하다고 했다. 이마저도 "신용등급이 좋아야한다"는 상담원의 말에 한숨이 나왔다
서민들이 어깨를 짓누르는 빚의 무게에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이하 상호저축은행 기준) 사이의 '금리단층'(가계-가계, 가계-기업 대출 금리 차의 편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데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대출심사가 강화된 영향이다.
또 고(高)신용등급자에게도 연 20% 안팎의 고금리 대출을 해주는 등 일부 저축은행은 합리적 신용평가 체계를 만드는 일에는 손을 놓고 쉽게 '돈놀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KEB하나은행의 경우 3.22%, 신한은행 3.34%, 우리은행 3.28%, KB국민은행 3.21% 등이다.
반면 4대 시중은행 대표상품 평균 예금금리는 지난해 7월 1.13~1.15% 안팎에 머물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도 고금리 대출 비중이 많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대형저축은행의 고금리 신용대출 비중(27% 이상 28% 미만)은 OSB저축은행 72.89%, HK저축은행 70.63%, OK저축은행 68.24%, 웰컴저축은행 56.75%, SBI저축은행 35.24%, JT친애저축은행 31.51% 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신용정보회사에서 받은 부도율 등으로 산정한 대출원가를 반영할 경우 금리가 71.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를 41.5%포인트나 인하 조정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7.9%로 대출해 준 저축은행도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단층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금리는 연 3.2% 였다. 같은 분기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15.42%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금리 편차도 12.22%포인트나 됐다.
두 금융권의 격차는 비교 가능한 시점인 2010년 1·4분기 13.19%포인트에서 매년 증가세를 보이다 2011년 18.0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로 돌어선 후 지난 2·4분기 말 11.61%포인트까지 떨어졌었다.
금리 하락기에 낮아졌던 가계 부담이 다시 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보다는 가계를 대상으로 한 금리장사도 여전했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사이 금리 편차는 11월 현재 8.42%포인트였다. 올해 들어 1~3월을 제외하면 가장 큰 격차다. 두 곳의 금리 편차는 2012년 3분기 13.87%포인트를 기록한 후 지난 2013년 3분기 9.01%포인트로 한자릿수대로 떨어지고, 지난해 11월에는 7.35%포인트까지 좁혀졌었다. 이후 격차가 8~9%포인트로 확대됐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은 대출 억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이전보다 높게 적용하고 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11월 전체 가계대출의 평균금리는 3.2%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올랐다. 석달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은행이 머지않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되고 국내 기준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 출입기자 대상 강연에서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가구를 분석한 결과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위험가구가 32만4000가구에서 36만5000가구로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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