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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신분증 스캐너 업체 선정, 무슨 일?…뿔난 유통점 "주체 불명확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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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서울 성동구에서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 관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이달 1일부터 휴대전화 유통점에 의무화된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두고 중소 유통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중소 유통점은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가 개인정보보호 등의 공익적인 의도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수익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정부와 유통점 간 갈등 국면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KMDA "신분증 스캐너, 수익 사업 의혹" 

5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서울 성동구 KMDA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사를 강력 규탄하며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KMDA는 이미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에 신분증 스캐너 강제도입에 따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향후에는 감사원 감사 청구와 공정위 제소까지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와 중소 유통점 갈등의 도화선이 된 신분증 스캐너는 휴대폰 가입 시 고객이 제시한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파악하는 장치다. 개인정보는 저장하지 않은 채 이동통신사 서버로 정보를 전송한다. 지난 1일부터 유통점은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하지 않으면 신규개통이 제한된다.

정부는 이 장비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과 명의도용 등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이 제도 시행에 나섰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이동통신3사가 진행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해야 하는 중소 이동통신유통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KAIT가 공익적인 목적을 무기로 내세워 신분증 스캐너를 수익 사업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배효주 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이날 "방통위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KAIT는 통신사가, 통신사는 KAIT가 주체라고 서로떠넘기고 있다"며 "신분증 스캐너는 주체가 불명확한 사업"이라고 규탄했다. 

또 신분증 스캐너의 오락가락 '고무줄 가격'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수익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KMDA에 따르면 KAIT는 이동통신 3사가 신분증 스캐너 기기 2만2000개를 이미 출연했음에도 도입 시점에서 기한 내에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기기를 44만원에 구매해야 한다고 유도했다. 일부 유통업체들이 기기 가격에 대해 문제를 문제하자 KAIT는 이틀 만에 구매가를 30만원으로 낮췄다. 논란이 계속되자 KAIT는 보증금 10만원만 받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한 마디로 고무줄 가격이라는 의미다. 

신분증 스캐너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배효주 부회장은 "동일한 기술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여럿 있지만, KAIT와 통신사가 보임테크놀러지란 곳과 수의계약을 했다"며 "정작 이 기기는 위조한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하고, 주민등록증과 일반면허증 외에는 위변조 판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기기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도 "외견상으로 다른 통신사에서 2년 간 써보니 문제가 없다더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와 선정 과정이 불명확하고,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향후 애프터서비스(AS), 헬프 데스크 등 사후 관리 측면에서 KAIT 수익사업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신분증 스캐너 의무화 "제 2의 단통법" 

이날 간담회에서는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이은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신구 KMDA 상근 부회장은 "상인들은 단말기 싸게 팔면 단통법 위반이고, 비싸게 팔면 부도덕한 상인이 된다"며 "스캐너 도입은 강제적인 규제 수단으로 '제 2의 단통법' 규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1일 이후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휴대폰 개통은 전면 금지된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배효주 부회장은 "방통위에 신분증 스캐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물어보니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된다고 답하지만, 사실상 도입을 하지 않으면 단말 개통이 아예 안되기 때문에 자율이 아니다"라며 "이는 직권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KAIT는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신분증 스캐너 도입 의무화에 법적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이동통신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반영돼 있으며 이동통신사업자는 이용약관 준수의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캐너 공급업체 선정과정 의혹에 대해서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출연해 유통점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으로 특정단체의 수익사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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