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노예계약서'라고 불리던 불공정계약이 일부 신생 기획사나 소속사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모델 활동을 하던 이모씨(22·여)는 최근 한 소속사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을 제안 받았다. 기존에는 모델 활동에 대한 모델료만 받았을 뿐 따로 소속사와의 계약은 없었다. 하지만 이씨가 최근 인터넷 등에서 관심을 받고 인기를 얻자 소속사는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처음 설명과 달리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된 이씨는 방송출연을 거부했다. 이에 소속사는 계약위반이라며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한다면 약속한 계약금의 10배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14일 메트로신문이 확인한 해당 계약서에는 ▲'갑'이 원할 경우 '을'은 방송, 공연 등 각종행사에 출연해야 한다 ▲'을'이 적극적으로 연예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파기조건이 되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갑'과 '을'의 출연료 등의 분배는 수수료를 제한 6대4로 정한다 등 갑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들뿐이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이씨가 27세가 될 때까지 소속사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왜 변호사나 업계 선배들로부터 계약서 검토를 받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작가라는 사람까지 불러 급하게 결정해 해달라고 했다. 시간도 밤 11시라 피곤한 상태에 정확한 판단을 하기도 힘들었다"며 "업계 선배들이나 동료들과 비교하면 나는 그나마 계약금이라도 받은 것이다. 몇 만원의 계약금에 노예 신세가 된 사람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여전히 을에게 불리한 노예계약이 판치지만 이를 무효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법률사무소 담소의 박문택 대표 변호사는 "양자의 합의 끝에 작성한 전속 계약서등을 법원에서 무효화시키기는 쉽지 않다"며 "단순히 불공평한 정도로는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다. 터무니없을 정도의 조항이 종합적으로 있을 때나 가능하다. 어쨌든 양자가 계약서에 동의하고 지장을 찍은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 기획사나 소속사의 경우 연예계의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생 기획·소속사는 여전히 노예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계약서 자체가 각 사의 기밀이다. 법무팀과 계약 당사자 정도만 확인 가능하다. 과거 노예계약 파문으로 인해 근래에는 표준계약서를 따른 편"이라며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전속계약인 만큼 계약서 확인을 꼼꼼히 해야 한다. 일부 신생 회사에 잘못 계약할 경우 돈과 함께 인생이 잘못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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