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예

영화 '관상'의 이정재 "무서운 이리 같았나요?"

반응형
 
 
송강호·김혜수·조정석·이종석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 '관상'(11일 개봉)에서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는 단연 이정재(40)의 변신이다. 이리상을 가진 야망가 수양대군을 맡은 그는 영화가 상영된 후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하는데도 다른 배우들을 모두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어느덧 마흔, 데뷔 이래로 절정의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이정재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댄디가이에서 한 마리 이리처럼

영화는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계유정난(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숙적 김종서를 죽이고 난을 일으킨 사건) 속에서 조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재는 이 작품에서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던 중후한 분위기의 수양대군을 야욕과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기품있고 매력적인 인물로 재해석했다. 그동안 댄디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극중에서는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이리상의 얼굴로 위협감을 준다.

"수양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이 위협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버지조차 수양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평소 제 얼굴이 그런 분위기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송강호 선배나 김종서 역을 맡은 백윤식 선배 앞에서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을 지 걱정이 됐죠."

자신의 얼굴과는 다른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리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표정을 잡아나갔고, 옷을 아홉 겹이나 껴입어 몸집에서도 위협감을 주고자 했다. 옷의 무게에 나중에는 어깨와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플 정도였다.

# 출연작마다 대성공…"앞으론 더 부지런해질래요"

책임감에 대한 걱정도 상당히 컸다. 뒤늦게 등장하는 수양대군이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주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정재는 "처음에 중요한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시나리오를 계속 읽어도 수양이 등장하지 않아 황당했었다. 그래도 잘하면 멋있을 것 같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외 영화 전문지인 트위치 필름은 이정재에 대해 "무엇보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사람은 올해 최고의 연기 커리어를 보여주고 있는 이정재다. 묵직하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누구보다 악의 넘치고 위험한 인물을 표현해 내는데, 그가 맡아 온 지금까지의 역할 중 최고라 할 만하다"고 극찬을 보냈다.

영화 '하녀'와 '신세계' '도둑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정재는 "예전에는 괜찮은 시나리오가 많지 않고 캐스팅 경쟁도 치열해 일부러 일을 많이 하지 않았고 본의 아니게 기다린 시간도 많았다"면서 "요새는 작품이 다 워낙 좋아서 앞으로는 일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앞서 '신세계'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속편 출연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물론 당장 신경쓰는 건 '관상'이다. "스태프들이 추운 겨울에 무거운 장비를 들고 높은 산을 오르며 찍었어요. 이들을 위해서라도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원지영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