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생 김모(23)씨는 올 여름 또 한번 이사를 앞두고 있다. 대학 입학 첫 해 외삼촌댁인 수원에서 1시간 30분을 통학했다. 이후
학교앞 하숙과 자취집으로 옮겼지만 주거비는 항상 월 50만원 안팎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 한 IT회사에서 월 100만원을 받으며 인턴을 하는
김씨는 회사 인근으로 이사를 고민 중이지만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의 주거비 지원이 끊기면 월급 절반 가량을 주거에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라
고민이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월세 가격은 오르는 가운데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청년들이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7일 발표한 '부모 비동거 대학 재학생의 주거유형 및 주거비 부담 현황' 보고서를 보면 부모와 떨어져 사는
대학생 평균 주거비는 21만5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60만3000원)의 35.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전국 2년제 이상 대학 재학생 중 부모와 따로 사는 833명을 실태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8만6000원으로 지출액이 가장 컸고 광역시는 24만6000원, 중소도시는 20만4000원 등이었다.
특히 서울 거주자 중
주거비를 40만원 이상 지출하는 대학생 비중은 20.8%로 나타나 광역시(6.0%), 중소도시(4.0%), 읍·면(2.4%)보다 최고 10배
이상 높았다.
주거난에 시달리는 대학생·청년들은 집을 나눠살거나 기숙사 건립을 요청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대학생들은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 상한제 입법 추진'을 내걸고 대학생 주거권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그 결과 정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 서대문구청 등은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대학생 연합기숙사'를 착공, 2014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보증금 없이 월세 19만원만 받는 매력적인 가격이다.
주거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과 청년들의 자립적인 대안공동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8월 내 '쉐어 하우스'를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모두들은 목돈이
드는 전세 보증금을 남산 해방촌 공동체은행 '빈고'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아 경기도 부천 역곡역 인근에 세를 얻기로 했다.
주거
공유자 4~5명에게 최대 25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월세를 받을 예정이다. 인근 원룸 시세(보증금 1000만원 월 35만원)에 비해 저렴하다.
김혜민 모두들 활동가는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집을 거점으로 동네 잡지를
만들거나 거리 청소년·독거노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로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 인근 대학생을 타겟으로 한
민달팽이 유니온의 '가족의 탄생' 프로젝트 역시 3~4명이 신촌 인근 투룸(45~59㎡)을 공동 임대하는 방식이다. 예상비용은 거주자 1인당
보증금 300~350만원, 월세 25~30만원이다.
이은진 민달팽이 유니온 상근활동가는 "'가족의 탄생'은 임차인 1인이 월
40~50만원을 지출하며 7평 가량 원룸에 사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에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1차 목적"이라며 "더 나아가 대안생활
주거공동체로서 집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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