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투명한 탄산음료를 우리는 사이다(cider)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영어사전에는 사과술, 혹은 사과즙이라는 뜻으로 나온다. 톡 쏘는 맛의 탄산음료, 청량음료라는 의미는 전혀 없다. 본고장인 서양에서는 사과술을 나타내는 단어가 왜 한국에서는 엉뚱하게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단어로 변신했을까?
먼저 탄산음료를 뜻하는 사이다는 일본에서 만들어져 전해진 단어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술인 사이다를 탄산음료라는 뜻으로 쓰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일본에서 사이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에도시대 말기다. '닛케이(日經) 디자인'이라는 잡지에 의하면 1868년 영국의 무역회사가 요코하마에서 샴페인 사이다라는 음료를 판매했는데 이것을 줄여서 '사이다'라고 불렀다.
샴페인 사이다의 정체는 탄산음료가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사과술로 만든 발포성 알코올 음료, 그러니까 스파클링 와인 종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까지는 사이다라는 이름이 제대로 쓰였다. 하지만 샴페인 사이다를 줄여서 사이다라고 부르는 과정에서 사과술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톡 쏘는 성분만 강조됐다.
1899년 요코하마에서 당시로서는 새로운 음료인 탄산음료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때 마실 때 톡 쏘는 음료라는 것을 강조하는 뜻에서 사이다라는 상표를 붙였고 이 음료가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팔리면서 사이다가 사과술 대신 탄산음료를 뜻하는 단어로 굳어졌다.
우리나라에는 한일합방 이전인 1905년, 조선 거주 일본인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탄산음료가 처음 들어왔다. 그리고 해방될 때까지 일본인들이 탄산음료를 독점 생산하면서 역시 사이다가 탄산음료를 가리키는 단어가 됐다./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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