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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송편은 왜 솔잎으로 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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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은 왜 솔잎으로 찔까?
 
송편은 솔잎으로 찌기 때문에 송편(松餠)이다. 그런데 왜 솔잎으로 떡을 찔까?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떡에 솔잎 향기가 배어들면 맛도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예전 할머니들은 음력 8월에 송편을 찌면 쉽게 쉬기 때문에 솔잎을 뜯어다 찐다고 했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도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제물을 준비할 때 여름철 콩떡은 상할 염려가 있으니 송편으로 바꾸라고 지적했다. 솔잎 덕분에 보관성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민속적 믿음도 한 몫을 했다. 옛날부터 동양에서는 소나무가 건강에 좋다고 믿었다. 고려 때 문인 이규보는 송이버섯을 노래하며 "항상 솔잎에 덮여 소나무 향기를 머금기 때문에 향기가 맑다"며 "소나무 기름을 먹으면 바로 신선이 될 수 있다는데 버섯도 솔잎 향기를 머금었으니 어찌 약이 아니랴"라고 읊었다. 

솔잎 향기 머금은 송이버섯을 약이라고 했으니 솔잎으로 쪄서 향기가 스민 송편 역시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나라 소나무와 솔잎은 품질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원나라 승상이 특별히 고려에 가는 사신에게 부탁해 송진을 넣어 만든 떡, 송고병(松膏餠)과 금강산에서 나오는 솔잎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특히 소나무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다. 옛날 선비들은 늙지 않는 약으로 솔잎과 국화를 복용한다고 했으니 솔잎을 신선이 먹는 약으로 여겼다. 지금도 지리산 도사들이 솔잎으로 생식을 하는 이유다.
 
신선이 먹는다는 솔잎에 떡을 찌면 솔잎 향기 스며들어 장수도 꿈꿀 수 있고, 풍류에도 어울리며 맛도 좋은 데다 떡도 쉽게 상하지 않으니 송편의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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