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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장어는 세계인의 여름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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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여름철,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보양식으로 장어를 먹는다. 힘이 세고 생명력이 강한 물고기여서인지 사람들은 장어를 먹으며 힘이 고스란히 자신의 몸속으로 전해지기를 빌었는지,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은 물론 바다 건너 유럽에서도 여름 장어는 특별하게 취급했다.

우리한테 여름 장어는 어떤 음식보다 좋은 영양식이었다. 오죽하면 '숙주, 고사리 넣고 끓인 장어탕을 먹고 난 후에 다른 국을 먹으면 맹물에 조약돌 삶은 맛이 난다'고 했을까. 장어는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식욕 촉진제였다. 고려 왕실에서도 여름이면 보양식으로 장어를 먹었는데 옛날에는 임진강 장어가 유명해 여름에 잡히는 장어는 우선적으로 송도 왕궁으로 보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장어를 사랑했다. '여름에 장어를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까지 있으니 특히 복날이면 우리가 삼계탕 먹는 것처럼 일본인은 장어덮밥을 먹으며 여름을 보낸다. 중국 역시 전통적으로 장어를 보양식으로 여겼다. 송나라 때 '태평광기'에는 영양이 풍부한 여름 장어를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보양식으로 보았다. 사실 한·중·일 3국에서 추어탕이 여름철 농민들의 보신 음식이었다면 장어는 중산층의 하절기 보양식이었다.

유럽도 여름철에 장어를 먹는다. 동양과는 보신의 개념이 다르지만 독일 북부에서도 여름 별식으로 '알 주페'를 즐겨 먹는데 독일어로 알(Aal)은 장어, 주페(Suppe)는 수프이니 바로 장어탕에 다름 아니다. 유럽에는 독일 말고도 여름 별식이나 해장 음식으로 장어를 먹는 나라가 여럿 있으니 동서양이 모두 장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하다. 장어의 힘이 필요한 계절이 됐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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