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 쉰들러(Almz Schindler/1879-1964)는 외모도 아름다웠지만 화가인 아버지 에밀 쉰들러 덕분에 예술적 소양도 두루 갖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한 때는 클림트와 이탈리아로 도망가서 살 생각까지 했다고 하니 둘의 관계 역시 핑크빛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스무 살 이상의 나이차가 꽤 많이 나는 작곡가 구스타브 말러의 부인이 되었고(그래서 '알마 말러'라고 불렸다), 가부장적이었던 말로는 그녀가 자신이외의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줄까봐 불안해하고 늘 전전긍긍했다. 그의 걱정은 뜬구름이 아니었다. 실제로 알마 쉰들러는 구스타브 말러가 죽기 전부터 다른 남자와 연애하고 있었다.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와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발터 그로피우스다. 뿐만 아니라 작가 프란츠 베르펠도 그녀의 연인이었다. 구스타브 말러, 그로피우스, 베르펠, 코코슈카 이 네 명의 남자는 늘 그녀를 잊지 못했고, 특히 화가이자 6살 연하의 남자친구였던 오스카 코코슈카는 그녀가 자신을 떠나자 군에 입대했고 1916년 1차 세계대전 중에 뇌에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구스타브 말러가 세상을 떠난 후 건축가 그로피우스와 결혼을 했고 그와 헤어진 후에는 소설가 프란츠 베르펠과 결혼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더라도 오스카 코코슈카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닮은 등신대 인형을 만들어 옆에 두고, 파리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드레스도 맞춰 입혔다고 한다. 또한 그 인형을 마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고, 증오심이 생기면 인형을 때리기도 해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훗날 주민들은 그가 시체와 함께 산다고 착각을 해 경찰에 신고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위의 작품은 그가 인형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다) 이 쯤 되면 그의 사랑은 안타깝지만 지독한 집착수준이다. 코코슈카는 40년이 흘러 알마 쉰들러가 할머니가 되었어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는 그녀의 70세 생일날 이런 편지를 보냈다.
"사랑스런 알마, 난 아직도 당신의 길들이지 않은 야생동물이오. 우리는 '바람의 신부'속에서 영원히 함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누군가는 바람처럼 스쳐갈 뿐이지만, 또 누군가는 삶에 스며들어 향기를 남기거나, 그 향기가 깊어지면 때론 지독한 체취가 되어 상처로 남기도 한다. 사랑이란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때 양방향의 감정이 전선처럼 흐르는 것이다. 어쩌면 오스카 코코슈카는 그녀를 일방적으로 사랑했을지 모른다. 혼자서 열정적으로 사랑을 한다고 상대방이 무조건 받아주는 것이 아니듯 사랑을 하려면 다양한 자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질들은 내가 타인이 되어보는 숱한 경험의 반복들로 갖춰지기 마련이다.
"상대방 말에 예의 바르게 귀 기울이는 능력, 인내심, 호기심, 회복력, 관능, 이성 같은 것 말이다. 예술은 그런 자질들로 인도하는 유능한 길잡이다. 성공한 예술작품의 요소들이 관계를 아름답게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찬찬히 보다보면 더 나은 연인으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는 다 그럴 만 한 근거가 있다."
작가 알랭드 보통의 말이다.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랑할 때 갖춰야하는 자질들이 떠오른다. 혹시 나는 내 마음만 보여주기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나만 이해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 속 오스카 코코슈카가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더 나은 관계로 거듭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인삼각 경기처럼 함께 속도를 맞추는 둘 사이의 소통이라고 말이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모지스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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