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현 작가는 스테인레스 스틸 파이프를 하나하나 용접해서 사각의 픽셀 상자처럼 보이도록 층층이 쌓았고, 흰색의 우레탄 페인트로 도색했다. 그래서 '워킹맨'은 작품이 시야에 들어오는 교차로의 어느 지점에서 보아도 장난감 블럭과 같은 올록볼록한 픽셀이 명확하게 보인다.
작품은 스테인레스 스틸의 재료부터 상징성까지 '차가운' 느낌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따뜻한' 인간애를 지향한다. 또 하나의 역설이다. 한편 신치현의 작품은 현대 조각가의 고민을 보여주기도 한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디지털 미학의 방식과 전통적인 조각 작업 사이에서 고뇌하고 실험하는 조각가의 작업 여정이 잘 드러난다.
이같은 여러 이유로 인해 조경진 미술평론가는 "그가 자신의 조각들을 통해 문제 삼고 있는 것들은 지각된 이미지와 실재로 존재하는 것, 존재를 구성하는 것과 그러한 구성요소에 동일성을 부여하는 실체적 형상(Eidos) 간의 불일치, 혹은 역설이다"라고 평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작가와 짧게나마 인터뷰를 했다. 그는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을 디지털 이미지로 조각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작품을 보고 무엇인가를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 앞에는 큰 가로수와 감시 카메라가 작품의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고 있다. 그는 "작품 주변의 큰 가로수가 작품의 시선을 방해한다. 당시 건설사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가지 더 더 안타까운 부분은 작품의 오른쪽 다리 정강이에 부착된 작품 설명이다. 여기에는 조형물을 제작한 업체 이름과 연락처만 있을 뿐 정작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이 없다. 지나가는 일반 시민들은 이 작품이 '신치현'작가의 '워킹맨' 임을 알 길이 없다.
- ▲ 박소정 객원기자
글:큐레이터 박소정 (info@trinityseoul.com)
사진: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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