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s건설, 롯데쇼핑, 두산인프라코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잇따라 싱가포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신용등급 리스크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에 더 낮은 금리에 유동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싱가포르는 마치 사막에서 만난 샘물 같은 존재다.
싱가포르는 역외 달러의 아시아 최대 허브시장이자 홍콩에 이어 역외 위안화 시장으로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등 단기성 투자금이 많은 홍콩에 비해 싱가포르는 장기 성격의 투자자금이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GS건설, 코라오홀딩스, 두산인프라코어, 롯데쇼핑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싱가포르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GS건설은 1071억원 규모의 외화표지 전환사채(CB)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발행하기로 지난 24일 공시했다.
만기 5년, 이자율은 3.25% 수준이다.
GS건설은 이번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올해 분양물량 확대에 따른 초기 공사비용 마련 등에 쓸 전망이다.
코라오홀딩스와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 증시에서 글로벌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상장했다.
GDR은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해외투자자가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코라오홀딩스는 지난해 11월 1600억원 규모의 GDR을, 두산인프라코어는 같은 해 12월 4200억원 규모의 GDR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번 GDR 발행으로 코라오홀딩스는 사업자금 마련에 청신호가 켜졌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외화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비율을 300%대에서 200%대로 낮출 여력이 생겼다.
◆GS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롯데쇼핑 등 '노크'
롯데쇼핑은 이르면 다음달 안으로 싱가포르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 시장에 상장을 마무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점포 20여곳을 매각하는 이번 리츠 상장으로 1조원 상당의 유동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매각된 부동산은 향후 '세일즈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대 운영에는 변화 없이 롯데쇼핑이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리츠 시장이 활성화된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쇼핑은 이번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줄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 점포 등 부동산 자산이 많으나 최근 수년째 이어지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자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 하이마트를 1조2500억원에 인수한 것도 현금성 자산 부족과 재무구조 악화에 영향을 줬다.
롯데쇼핑은 2010년에 롯데백화점 점포 1곳과 대형마트 4곳을 매각해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해외 리츠 시장을 활용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금조달용 해외 CB, 국내 증시 부담 우려도
다만 싱가포르에서 CB 등을 발행하는 경우, 국내 투자자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내 주식으로 전환될 때 그 물량만큼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의 경우, 해외 CB 발행 소식에 공시 직후 거래일에 주가가 8% 넘게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CB 전환권이 행사되면 주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5년부터 전환할 수 있으며 전환비율을 고려할 때 향후 주가가 4% 정도 하락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CB 발행이 회사채 만기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우량회사는 CB 등을 잘 발행하지 않으므로 회사의 자본구조가 좋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회사채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회사에 자금이 충분하다면 CB를 발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주가에는 악재이나 이미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글로벌화엔 '청신호'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역할도 커졌다.
GS건설의 싱가포르 CB 발행 주간사는 JP모간이며 롯데쇼핑은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등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거나 시장 규모가 작아 싱가포르 등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며 "대부분 글로벌 IB를 끼고 상장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상기업이 현지 시장과의 접근성을 좁히는 측면도 제시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오스 기반으로 미얀마 진출 등을 꾀하는 한상기업 코라오홀딩스는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싱가포르에서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며 "동남아 금융시장의 주요 흐름이 싱가포르에서 결정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 김현정 기자(hjki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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