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모뉴엘 법정관리…주가 곤두박질 상폐 위기 몰려
한때 정치테마주로 묶이며 질주했던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의 주가가 모기업 모뉴엘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소식에 곤두박질쳤다.
잘만테크 소액주주들은 "이러다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며 연일 성토하고 있다.
안 그래도 내리막길을 걷던 잘만테크의 주가는 최근 며칠간 세자릿수 동전주로 전락했다.
2010년 1만원대를 웃돌았던 주가가 소위 코스닥 '잡주' 신세가 된 것이다.
모기업이자 로봇청소기·홈시어터PC 등을 생산하는 중견가전업체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모뉴엘과 자회사인 컴퓨터 부품업체 잘만테크에 대해 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감리에 착수하자 잘만테크의 주가는 세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잘만테크의 주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800원 안팎에서 거래됐으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1일 1510원으로 하락한 뒤 22일부터 본격적인 하한가 행진을 거듭했다. 이달 24일 1000원 아래로 밀린 뒤, 29일 현재 6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575원까지 주저앉았다.
모뉴엘이 실적을 부풀려 시중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았다가 부도가 나자 잘만테크에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몰아쳤다.
모뉴엘 사태의 핵심은 분식회계다. 박홍석 모뉴엘 대표는 수출액을 허위로 부풀려 작성한 뒤 시중 은행들로부터 67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29일 박 대표에 대해 허위 해외매출을 꾸며 '돌려막기'를 한 혐의로 사적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도 무역보험공사의 진정에 따라 모뉴엘의 불법 사기대출 관련 의혹을 중앙지검으로 다시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과 관세청은 박 대표가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현재 출국금지 상태로 알려졌다.
모뉴엘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안그래도 급락한 주가에 전전긍긍하던 잘만테크 주주들은 상장폐지란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잘만테크의 대출 중에서 모뉴엘 박 대표가 지급보증을 선 217억원 등에 대해 새로운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부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잘만테크는 29일 외환은행 대출금 약 3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모기업의 법정관리로 인한 자금 압박이 현실화됐다.
잘만테크에 투자한 은행들도 손실 우려에 빠졌다. 산업은행은 잘만테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회수한 뒤 KDB캐피탈을 통해 재투자했으나 모뉴엘 사태로 이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결국 모뉴엘 사태와 잘만테크의 상폐 위기는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모든 리스크와 부실 책임은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해묵은 논쟁을 또 다시 불러일으킨다.
모뉴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인 17일부터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 점 역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야기하는 상황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런 부분이 시장에서 미리 걸러지지 않은 자본시장의 퇴행적 구조가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며 "단순히 한두 사람의 비도덕적 행위로 치부하지 말고 회계법인과 감독당국 등 시장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현정 기자(hjki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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