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야왕'의 종영 일주일
뒤에 만난 권상우(37)는 촬영이 끝난 다음날부터 다섯 살인 아들 룩희를 유치원에 등교시키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했다. 극중에선 딸도 아내도
잃은 비극적인 캐릭터를 열연했지만, 실제로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므로 단잠을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유부남이라 어쩔 수 없다"고 미소 짓는
모습에서 극중과 달리 행복한 기운이 물씬 배어났다.
# 하류 통쾌한 복수 못해 답답
2010년 출연한 '대물'의 2탄
격인 이번 드라마에서 목숨 바쳐 사랑했던 여자 주다해(수애)에게 배신당하고 복수하는 하류 역을 열연해 25%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다.
그러나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열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설득력 있게 뒷받침해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듯 했다.
생방송처럼 시간에 쫓긴 촬영의 연속이었던 이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매끄럽지 못한 전개로 비판을 받았다.
"배우 입장에서는
시청률과 캐릭터 두 가지를 얻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열심히 하려고 발버둥쳤는데, 사우나 가서 몸만 불리고 때를 밀고 나오지 않은
기분이랄까요. 하류를 통해 통쾌함을 선사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속이 답답했죠. 그래도 시청률이 높게 나왔다는 건 시청자들이 공감해준 셈이니
기쁨이 더 커요."
상대역인 수애에게 드라마 성공의 공을 돌렸다. "수애 씨가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를 잘 하지
못했다면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든 가운데서도 촬영장에서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수애와
석수정 역의 고준희를 수시로 웃겨 무거운 분위기를 풀었다. 얼마 전 고준희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권상우를 이상형으로 지목한 데 대해
"유부남이 된 후 인기 순위에서 배제됐는데, 웃겨줘서 그런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하류가 통쾌하게 복수하는 대신 끝까지 주다해를
위해 희생한 결말에 대해서는 "실제 내 입장이라면 절대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하류가 행복하게 석수정과 사랑을 이뤘으면
했다. 그러나 하류가 진심으로 바란 건 복수보다 주다해와의 행복한 한 때였다고 생각하기에 마음에 드는 결말"이라고 말했다.
# 결혼 5년차…아내 손태영
신비감
극중 하류가 보여준 희생적인 사랑은 실제로도 과연 존재할까. 2008년 동료 탤런트 손태영과 결혼해 연예계의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사랑받고 있는 권상우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가족에게서 찾았다.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어요.
결혼 후 가족에 대한 마음이 커졌죠. 내가 힘들 때 가족만큼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아이까지 세 식구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그는 "결혼 전에는 누군가에게 내 모든 것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자연스럽게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우리 아들은 '조인성보다 아빠가 더 멋있다'고 말해준다"고 깊은 사랑을
드러냈다.
KBS2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으로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아내 사랑도 각별했다. "내 드라마보다 조인성이 나온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좋아했다"면서도 "결혼 5년 차인데도 신비감이 있다. '최고다…'에 나오는 여배우 중에서 가장 예쁘더라"고
자랑했다.
한편 드라마가 방영 중이던 2월 성룡과 함께 출연한 중국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이 국내에서 공개된 데 이어, 장백지와
호흡을 맞춘 또 다른 중국 영화 '그림자 애인'도 25일 개봉해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2월 방한했던 성룡으로부터는 "월드스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중국 활동은 꾸준히 할 계획이고, 만약 할리우드에서 캐스팅 제의가 온다면
열심히 할 자신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연기하는 게 가장 행복해요. 곁에 아내와 아이도 있고요. 가장 원하는 건
어느 곳에서든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기에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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