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요."

노래방에 들어서면서 말하기에는 어쩐지 낯선 이 문장이 서교동에 위치한 '1인전용 수 노래방'에서는 당연하게 들린다. 일본의 '히토카라(히토리+가라오케)'를 벤치마킹해 만든 이곳은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찰떡 커플이라도 반드시 '각방'을 써야한다. 수노래방 전 택 책임자는 "'노래방은 친구들과 함께 가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입실을 꺼리는 나홀로 고객이 많아 1인 노래방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1호점에서 쌓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2호점 오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사교활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SNS나 스마트폰 앱 소통으로 '직접 만남'을 대신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선택적·필연적 외톨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이 2015년에는 27.1%, 2025년에는 31.3%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의 외톨이들은 혼자일 때만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활동 반경을 거리낌 없이 넓히고 있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나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2011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전체 여행객 열 명 중 한 명이 1인 여행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혼자 극장과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4명 중 1명꼴로 7년새 12.3% 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활동형 외톨이'의 수요에 따라 1인 전용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로 이코노미'도 함께 부흥하고 있다.

1인 식당으로 유명한 서울 창천동의 일본식 라면가게 '이찌멘'은 테이블 하나하나가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 칸막이로 막혀있다. 혼자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개선했다는 이영재 대표는 "2008년 가게를 오픈했을 때는 폐쇄적인 인테리어 때문에 그냥 나가는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평일 손님의 40% 이상이 홀로 이곳을 방문한다"면서 "혼자서도 눈치보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앞으로도 1인 식당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활동형 외톨이를 위한 '노 터치(No touch) 서비스'도 등장했다. 뷰티브랜드 크리니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서비스 애즈 유 라이크 잇' 콘셉트 매장을 오픈하고 나홀로 쇼핑을 원하는 이들에게 핑크색 팔찌를 제공하는 '초이스 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직원에게 별도로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없이 여유롭게 제품을 살펴볼 수 있어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역시 '스마일 팔찌' 시스템을 도입해 혼자 쇼핑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적극 배려하고 있다. 나홀로 쇼핑을 의미하는 하늘색 팔찌는 전체 배부량의 4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진성남 메타메디병원장은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한 현대인들이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가족 등 주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혼자 즐기는 활동형 외톨이로 변모하는 추세"라고 설명하면서 "전통적 대인관계를 갈음하는 SNS의 확산과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로 활동형 외톨이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