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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탄산음료가 약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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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는 발포성 가스가 들어있어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마시면 시원한 청량감이 들지만 각종 첨가물 때문에 건강에는 썩 이롭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런 탄산음료가 처음에는 청량음료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약으로 만들어진 음료수였다. 때문에 식품점이 아니라 약국에서 팔았으니 콜라, 사이다 마시러 약국으로 가야했던 것이다.

탄산음료는 땅에서 솟는 발포성 가스가 포함된 약수, 즉 광천수(鑛泉水)를 모방해 만든 음료다. 사람들은 온천물로 목욕하면 병이 낫고, 광천수인 온천수를 마시면 위장병이 치료된다고 믿었다. 때문에 수많은 약사와 화학자들이 인공 광천수 개발경쟁을 벌였는데 일련의 과학자들이 탄산염을 넣으면 기포가 발생하는 물을 만들었다. 이때 사용한 탄산염이 소다였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영어로 소다수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서부개척시대 미국인들은 소화가 안 되거나 머리가 아프면 약국에서 광천수인 소다수를 사서 마셨다. 당시 약사들은 소다수의 맛을 더하기 위해 각종 향료를 섞거나 거품이 많이 나도록 탄산염을 혼합해 팔았는데 바로 지금 마시는 탄산음료의 기원이다.

그런데 약으로 마시던 탄산음료가 청량음료로 널리 퍼지게 된 계기가 생겼다. 엉뚱하게도 1920년, 미국의 금주령이 탄산음료 발달의 전환점이 됐다. 술을 마실 수 없게 된 성인남자들이 대체품으로 톡 쏘는 맛의 탄산음료를 선택한 것이다. 남자들은 술집 대신에 약국에 모여 탄산음료를 마시며 술집에서 이뤄졌던 사회적 교류의 공백을 메웠다. 그러자 폐업한 술집들이 너도나도 탄산음료 판매점을 열면서 지금처럼 널리 청량음료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탄산음료에서 발견한 엉뚱한 역사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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