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3G '54요금제'(5만4000원)를 쓰고 있는 이용환(33)씨는 요즘 주판알을 열심히 튕기고 있다. 지난 1일 KT에서 망내 무료 통화 요금제 상품을 출시하면서 데이터 무료 혜택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즉 무료통화를 선택할 지, 데이터 무료를 유지할 지 정해야한다.
이 씨는 "이동전화를 공짜로 쓰는 것도 좋지만 무선인터넷 등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내치기 힘들다. 주변에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데이터 무제한 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퇴근 뒤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보는 야구 생중계의 묘미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 이어 KT도 망내 통화 무료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이동전화 공짜 시대가 시작됐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은 LG유플러스 역시 대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선호도가 가장 높은 '54요금제'를 쓰는 고객들이 갈림길에 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LTE뿐 아니라 3G 가입자에도 망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KT의 '모두다 올레' 요금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SK텔레콤의 비슷한 요금제와 달리 '모두다 올레'의 경우 3G가입자도 무료통화 대상에 포함했을 뿐 아니라 KT 고객의 70%가 선택한 '54요금제'의 경우 무료 통화 전환 시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KT가 이런 내용을 도입한 만큼 SK텔레콤은 물론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무료 통화냐, 데이터 무제한이냐'를 고민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60%에 이르는 3G 가입자 대다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음성통화가 많은 10·20대는 무료 통화를, 데이터 사용이 잦은 30·40대는 데이터 무제한을 선택하는 게 낫다.
SK텔레콤 가입자는 전체의 절반 수준인 만큼 무료 음성 통화가 유리하다. 다만 'T맵' '올레 내비' '카카오톡'과 같은 인기 앱을 자주쓰는 사람은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는 방식이 경제적이다. T맵을 데이터 무제한 혜택 없이 한달간 주말에만 쓴다고 해도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만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무료통화 경쟁은 '데이터 통신'을 제2의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려는 통신사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마저 무료 인터넷 전화사업에 뛰어든 마당에 음성통화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판단한 통신사가 무선인터넷 소비가 급증하자 '데이터 통신' 추가 과금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사가 무료통화를 내놓으면서 요금제에 따라 기본 데이터 통신량을 줄였다. 데이터 소비에 과금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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