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하는 영화
'롤러코스터'가 가을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순제작비 5억원의 저예산 영화지만 할리우드 대작과 베테랑 감독·배우가 뭉친 한국영화들 틈에서
가파른 예매율 상승을 보이며 흥행 예감을 전하고 있다. 인기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정경호(30)의 열혈 홍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개봉을 앞두고 그의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흥분돼
보였다.
◆ '10년 만의 의기투합' 인터뷰 70개 쯤이야
정경호는 개봉 전후로 6개 TV와 5개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3주간의 전국 무대인사, 12개 화보 촬영을 포함한 70여 개 매체 인터뷰 등 영화계에 전무후무한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를 처음 선보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4박5일간 개막식 레드카펫 참석을 비롯해 영화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영화제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일정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다 해낸 배우는 역대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우리 영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랜 만에 영화에 출연하게 돼 업계에 인사를 한다는 의미도 있죠. 아무리 일정이 빡빡해도 힘이 나요. (하)정우 형은 '군도'
촬영 중임에도 20여 일이나 빼고 함께 홍보를 해주는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하정우 감독은 영화 알리기에 집중하기 위해
정경호의 사생활까지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술 마시지 말기,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보고 하기,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 챙겨먹기 등도
주문한다.
이런 명령과 복종이 가능한 것은 두 사람이 그만큼 각별한 사이기 때문이다. 중앙대 연극학과 선후배로 10년간 끈끈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하정우는 지난해 여름 정경호가 군대 말년휴가를 나왔을 무렵 미리 캐스팅을 예약해뒀고, 정경호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20분
만에 출연을 결심했다.
"10년 만에 온 기회인데 안 할 수가
없죠. 그동안 연극·영화 등 같이 작품을 하자고 다짐만 하고 여러 번 기회를 놓쳐서 아쉬워했는데 정말 기뻤어요. 군대에 있으면서 하루 빨리
카메라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그런 열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귀에 대한 불안감을 정우 형 덕에 많이
덜었어요."
◆ 영화 제목 만큼 흥미진진했던 촬영기
그의 말대로 촬영 과정은 욕구 해소와 일탈의
연속이었다. '롤러코스터'는 '육두문자맨'이라는 영화로 일약 한류 스타가 된 배우 마준규가 일본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겪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정경호는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화끈한 욕설을 줄곧 뿜어내는 동시에 재수 없는 연예인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한마디로 정말 재미있었죠. 이쪽 일을 하면서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연예인병 증상들을 하나하나 다 떠올려봤어요. 그
걸 막상 해 보고 모니터로 지켜보니 제가 봐도 제 모습이 정말 얄미웠죠. 그러면서 묘한 대리만족의 쾌감도 느꼈고요. 연습 때부터 4개월간 함께
작업하는 형들 앞에서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을 해댔는데도 늘 칭찬을 받았어요. 하하."
지난해 12월 촬영한 이 영화로 제대로
몸을 푼 정경호는 5~7월 방송된 JTBC 드라마 '무정도시'에서 마약 조직 보스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제대 후 두 작품을 하면서
연기 재미에 푹 빠졌어요. 이 작품들에서처럼 성격이 분명한 인물을 또 한 번 연기하고 싶어요. 정우 형이 연출하고 출연할 '허삼관 매혈기'에도
한 자리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설마 모른 척 하진 않겠죠."/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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