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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정우성 "나쁜놈 처음…튀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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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감시자들' 정우성

잔인한 보스에 끌려…조연이라 편해
이 작품은 나의 연기인생 터닝포인트
17대1 격투신 찍고 보름간 어깨 아파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불혹이란 나이는 두 가지 상반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느 정도 쌓인 연륜이 삶의 안정감과 자신감을 더해주지만, 조금씩 늙어가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이기도 해서다. 그러나 정우성은 사십대로의 진입을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3일 영화 '감시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금에 정말 만족한다"며 활짝 웃었다.


▶ 시나리오 보고 나서 반해

2009년과 2010년에 차례로 개봉됐던 '호우시절'과 중국 무협영화 '검우강호' 이후 3년 동안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기간중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과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났지만, 영화로 그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겐 갈증을 안겨줬다. "'호우시절'과 '검우강호' 모두 흥행 성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완성도에 비해 관객들이 많이 봐 주지 않아 조금 아쉬웠죠.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드라마 두 편을 찍었고,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올 기회 만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감시자들'의 시나리오를 만났다. 모니터링 차원에서 부담 없이 읽었는데, 감상적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던 기존의 한국형 범죄 스릴러와 달리 경찰 특수 감시반과 범죄자들의 숨 막히는 대결을 박진감 넘치고 건조한 시선으로 담아낸 만듦새에 반했다. 특히 한 치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범죄 집단의 잔인한 우두머리 제임스는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황금 캐스팅'의 모든것

책(시나리오를 일컫는 영화계 용어)을 덮자마자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 제임스로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제임스에 맞서는 감시반 황반장 역으로 앞서 캐스팅된 모 배우가 정우성의 합류 소식에 자신과 조금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내비친 것이다.

결국 황반장 역에 14년전 영화 '유령'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처음 만나 언제 한 번 공연하기만을 학수고대해 왔던 설경구가 대신 투입되면서 새내기 감시반 요원 윤주 역의 한효주까지 지금의 황금 캐스팅이 이뤄질 수 있었다.

   
 

정우성은 "다들 마음이 맞아서 그랬는지 이제껏 경험했던 촬영장 분위기 가운데 가장 즐겁고 흥겨웠다"며 "도중하차하신 선배님도 무척 훌륭한 분인데, 저 때문에 빠지신 것같아 지금도 죄송하다. 그렇지만 (설)경구 형의 뛰어난 연기를 보면서 캐릭터의 진짜 주인은 결국 마지막에 캐스팅된 배우란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귀띔했다.



▶ 이제 40대…다작이 목표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윤주의 성장 드라마를 조연으로, 그것도 악역으로 거든 게 혹시 마음 상하지 않느냐"고. "주연으로서 내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막중한 사명감과 부담감이 없어 오히려 너무 편했죠. (한)효주가 엄연히 주연인 상황에서 제가 쓸데없이 튀면 그건 영화를 망치는 지름길이었어요. 시나리오 이상으로 출연 분량을 절대 늘리지 말아달라고 제작진에게 먼저 요청했고, 받아들여져 정말 뿌듯합니다."

20년 가까이 주연으로만 살던 톱스타가 이처럼 한 걸음 물러서기란 이름값을 먹고 사는 영화계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더욱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월이 가져다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정우성은 30대 중·후반을 힘들게 보냈다고 털어놨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몇몇 사건(이지아와의 교제와 결별 등)을 경험하고 산만한 생각에 젖어 사느라 모든 게 뜻했던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지난해부터 꼬였던 실타래가 거짓말처럼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가짐이 한결 여유로워졌고, 무엇보다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감시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가며 신경쓴 덕분에 건강도 30대 중·후반일 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감시자들'에서 17 대 1 격투신을 찍었는데 요령이 쌓여서인지 예전보다 오히려 덜 힘들더라고요. 물론 촬영을 끝내고 보름 가까이 어깨가 아파 혼났지만요. 하하하."

   
 

탄력 받은 김에 계속 달리려 한다. 다음달 말부터는 차기작 '신의 한수' 촬영에 돌입한다. 휴식기를 오래 가졌던 이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출연작 편수를 늘리는 게 사십대의 목표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그의 눈빛이 여전히 강렬하면서도 한결 편안해 보인다.
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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