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고 소재사업에 주력키로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는 기존사업에 패션사업을 더해 종합 문화기업으로 도약한다.
23일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양도가액은 총 1조500억원으로 제일모직은 향후 주주총회 등을 거쳐 12월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모두를 에버랜드에 이관하게 된다.
◆제일모직 '선택과 집중'…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발돋움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 이유는 소재사업과의 연관성이 부족해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그동안
소재사업과 패션사업간의 시너지가 부족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업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더욱이 패션사업은 올들어 매출 부진으로 고전하면서 최근에는 14년 전통의 힙합 패션브랜드 '후부'를 접은 데 이어 여성브랜드
'데레쿠니' 사업도 철수했다. 반면 소재사업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 패션사업, 1990년대 케미칼사업에 진출했으며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이미 전체 매출의
43%를 케미칼사업, 26%를 전자재료사업에서 각각 올릴 정도로 '소재사업' 회사로 변신한 상황인 만큼 성장 사업에 더 치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이번 사업 양도로 확보된 재원을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에버랜드, 패션 품고 종합 문화기업으로 도약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면서 기존
사업에 패션을 더한 종합 문화기업으로 거듭나지만, 사실상 패션이 주력사업이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외식사업인 FC사업과
건축·토목·조경·부동산서비스 등과 관련된 E&A사업, 레저사업을 주로 했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3조300억원중
FC사업이 1조2000억원, E&A가 1조3000억원, 레저사업이 3500억원이었다. 제일모직의 지난해 패션사업부문 매출이
1조7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존 사업부문을 제치고 에버랜드의 최대 사업이 되는 것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글로벌 디자인 역량을 기존 사업에 접목해 사업의 질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에버랜드가 테마파크·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결합하면 패스트 패션·아웃도어·스포츠 분야 등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후계구도·조직개편은?
이번 사업 양수도로 업계 안팎에서는 그룹차원의 후계구도를 위한 정리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에버랜드의 사업확대는 이 부회장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인 이서현 부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패션사업담당 부사장이었으나 이후 전 사업부문을 관장하는 경영기획담당으로 역할이 조정됐다. 하지만 패션 전공인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모직에서 야심차게 패션사업을 추진해온 점에 비춰 이동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