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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조성준의 칸 리포트]통속적이지만 신선한 '준 앤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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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적이면서도 신선하고 도발적이며 세련되기까지 할 수 있을까.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2000년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천재 악동' 작가 오종의 신작 '준 앤 졸리'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5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개막 이튿날 아침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제 막 성에 눈을 뜬 열 일곱 살 소녀 이사벨(마린 바크트)은 가족과 함께 한 여름 휴가에서 사귄 독일인 남자친구와 첫 경험을 치른다. 그러나 관계 이후 미련없이 상대와 헤어진 그는 일상으로 돌아와 대학에 진학한 뒤 아무도 몰래 레아란 가명으로 인터넷 매춘에 뛰어든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낮과 밤이 다른 생활을 하던 어느날, 단골 손님으로 잠자리를 함께 하던 중 초로의 신사가 복상사로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부모에게 발각된다. 결국 투잡(?) 생활을 중단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간 이사벨은 순진한 성격의 남자친구를 만나 정식으로 사귀지만 과연 그의 앞날은 평범해질 수 있을까.

   
 

전작 '시트콤' 등에서 극한까지 치달은 막장 가족의 끝을 선보였던 오종 감독이 가치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소녀의 우울하지만 그리 슬프지만은 않은 성장담이다.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매춘을 시작한 이사벨은 '비행'의 이유를 꼬치꼬치 캐 묻는 어머니와 정신과 의사에게 "커리어"라고 당당히 말한다. 방법이 거칠긴 하지만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와 커 가는 주인공의 주체적인 모습과 심리 상태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오종 감독은 봄·여름·가을·겨울로 챕터를 나눠, 각 챕터마다 이사벨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네 개의 노래를 삽입한다. 그리 색다르진 않지만 강한 흡입력으로 관객을 빨아들이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사벨을 열연한 마린 바크트는 '준 앤 졸리'가 두 번째 출연작인 스물 세 살의 새내기 여배우다. 그러나 냉소적인 눈빛과 과감한 노출 연기로 베테랑 못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한다. 샬럿 램플링과 뤼디빈 새그니어에 이어 오종의 세 번째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아 참, 1대 페르소나 램플링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깜짝 출연해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른다.
/칸=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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