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모멘텀이 없어 내년을 걱정하는 건설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년이 최대 고비'의 현실화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당면한 문제점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글싣는 순서]
1. 돈줄 마른 건설사 … "내년이 안 보인다"
2. 해외사업만이 능사? 믿었던 해외에서 잇달아 발목
3. 건설산업 구하기 국회에 달렸다
4. 집은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수요자 인식 변해야
5. 건설사, 스스로 변해야 살아 남는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고, 쓰러져가는
건설업계를 일으키기 위한 정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첫 해에만 4.1대책, 8.28대책, 12.3대책 등 벌써 세
번의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유도해 전세난을 해결하고 거래시장을 활성화하되, 특히 미분양·신규 아파트의 분양이 잘 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대책의 골자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법안 처리, 집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식
전환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건설사 스스로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키'는 정부나 국회가 아닌 건설사가 쥐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 구조적인 한계 도달, 내적 변화 최우선 과제
지난 4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산업 위기
극복과 건설문화 지체 타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건설 위기의 원인을 "시장은 변했는데 문화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외적 환경에 건설사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건설업계는 1990년대까지 정부 주도 하에 양적 성장을
지속했지만 2000년대 들어 민간 중심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하지만 과도한 업역주의와 정부 의존주의, 수직적 주종주의 등과 같이 사라졌어야
할 후진적인 형태들은 아직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건설시장이 어려워지면 자구 노력부터 해야 하는데
정부에 보다 많은 공공발주와 지속적인 집값 부양만 요구하고 있다"며 "매우 구태의연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준비 없이
민간 중심 시장과 맞닥뜨린 탓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사업 다각화도 늦어졌다.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너도나도 주택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게 미분양과 그에 따른 자금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시장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힌 만큼, 건설사는 내적 변화부터 시도해야 한다"며 "해외나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운영 기술 등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뻔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업체 스스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업무를 전문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담합·비리 부정적 이미지 씻고 투명성 확보 앞장서야
건설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건설' 했을 때 떠오르는
후진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산업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지금과 같은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불과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H건설 현장소장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일이
발생했다. 몇 해 전에는 또 다른 H건설 사장이 현장소장 당시 함바집을 내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비리 부분에 있어서는 내부 감사를 강화하고, 정기적으로 윤리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계기로 담합도 건설사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하지만 담합은
건설사뿐 아니라, 입찰 관련 제도나 시스템 전체가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저가낙찰제나 턴키 제도가 담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신영철 단장은 "입찰 시스템 자체를 건설사들이 담합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나서 업체들이 투명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 건설사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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