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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캣우먼] 이 결혼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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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캣우먼!

서른 하나, 직장인이며 이년째 사귄 남자의 꾸밈없는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곧 결혼합니다. 문제는 결혼식장 선정에서 생겼는데 저희는 친환경 웨딩을 알아봤죠. 친환경 취지, 기존의 거품결혼문화 타파, 지역사회발전 도모, 등 제가 꿈꾸던 결혼이미지와 꼭 맞았지만 남자친구의 어머님은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없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결혼한다며 질색하고 하객들 이목이나 체면을 신경씁니다. 제가 호화로운 결혼식을 고집한것도 아니고, 결혼은 둘만의 소중한 첫시작인데 거품가득한 웨딩업체에 끌려다니며 로봇처럼 찍어내는 결혼이 아닌, 부부가 주체가 되어 의미있는 결혼으로 첫시작을 하는것이 그렇게 지지받지 못할 이기적인 생각인가요? (고속버스)

Hey 고속버스!

가족주의나 전통적인 효사상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압박을 합리화하지만 못지 않게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자식의 자유의지를 박탈하게 됩니다. 결혼할 때 부모님들한테 아무런 경제적인 원조를 안 받는다면 도의상 결혼식을 어떻게 하든 내 의지대로 할 암묵적인 권리가 생기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부모님들은 당신들의 취향과 권리를 앞세우겠죠. 예비시어머니의 허영과 천박한 취향이 마음에 들진 않아도 그것이 그녀에겐 합리적이고 의미있는 결혼! 평균적인 이땅의 부모들에겐 자식의 결혼식이란 자신들이 그간 곳곳에 쏟아부은 축의금을 합법적으로 일괄회수하는 곗돈 타는 날이자 동시에 어머니로서는 그간 노력해서 이만큼 자식을 잘 키워냈음을 하객들에게 전시하는 날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과업을 하기 위한 최적화된 '병풍환경' (즉 세속의 품위를 지키면서 본전은 확실히 뽑는) 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딱히 당신의 어머님을 더 속물이라고 치부하고 미워하진 않기로 해요. 어차피 아무리 이상화된 결혼식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되었다 해도 결국 결혼식의 완성은 하객입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결혼식의 분위기를 바란다면 양가 부모님의 지인들은 아예 일절 오지 말아야 하거든요? 이러나 저러나 결론은 돗데기시장입니다. (캣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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