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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필름리뷰-군도: 민란의 시대]조선 웨스턴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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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도치 역의 하정우.

히어로물에 서부극 매력 절묘한 조화…심심한 결말 아쉬움

23일 개봉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는 사극이 아니다. 사극의 틀 안에 히어로 무비와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의 특성을 잘 버무린 오락영화다.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을 배경으로 신분 제도 가장 밑바닥의 백정 돌무치(하정우)가 영웅 도치로 변신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히어로의 탄생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개인적 복수를 위해 의적의 삶을 택하면서 그 보다 더 큰 인물로 성장하는 모습은 흡사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를 떠오르게 한다. 

▲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조윤 역의 강동원.

히어로가 있다면 악당도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 의적패 군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양반 조윤(강동원)은 극 초반 피도 눈물도 없는 전형적인 빌런 캐릭터(악역)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웅의 탄생과 선과 악의 대립구도를 그린 점은 할리우드 서부극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영화 곳곳에 사용된 음악은 서부 영화에서나 들었을 법한 느낌이며 말을 타고 떼 지어 다니는 군도 패거리들은 의적이 아닌 카우보이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는 웨스턴의 향기만 빌려왔을 뿐 구체적인 설정은 달리했다. 전통적인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악역이 단순히 선악 구도를 위해 마련된 장치라면'군도'의 조윤은 사연 있는 악인으로 묘사된다. 조윤 역시 서자라는 이유로 집안의 멸시를 받으며 살아 온 시대의 희생양이며 유년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삐뚤어진 삶의 태도를 갖게 된 인물이다.

▲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속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성민, 조진웅, 이경영, 마동석.

도치와 조윤이라는 선악 대립구도가 마련된 상태에서 영화는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로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뻔한 이야기 구조를 택했지만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조연 캐릭터에 있다. 이경영·이성민·조진웅·마동석·윤지혜 등 군도 패거리들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영화를 꼼꼼하게 채워나간다. 각자의 무기와 장기를 가진 조연 캐릭터는 '어벤져스' '오션스12'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처럼 통쾌한 복수를 바라며 긴 러닝타임을 기다린 관객들에겐 다소 심심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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