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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필름리뷰-루시]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SF 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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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루시'/UPI 코리아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루시'는 하나에서 두 개, 그리고 네 개로 증식하는 세포들의 모습으로 막을 연다. 이어서 등장하는 것은 320만 년 전 지구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루시라는 이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손을 이용해 물을 떠먹는 루시의 모습과 함께 내레이션이 흐른다. "10억 년 전 우리는 생명을 받았다.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했지?" '루시'의 핵심적인 테마는 바로 이 질문에 있다.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범죄 조직에 의해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몸속에 마약을 숨긴 루시는우연한 사건을 통해 마약으로 이용된 합성물질을 체내에 흡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소보다 더 많은 뇌용량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지닌 루시와 그런 루시를 쫓는 범죄조직의 이야기라 90분의 러닝타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액션영화로 포장돼 있지만 '루시'는 액션보다도 SF적인 설정이 더 눈에 띈다. 영화는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이 10%에 불과하다고 설정한다. 뇌의 극히 작은 부분만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만 집중할 때, 루시는 이를 뛰어넘어 외부 세계로 자신의 감각을 뻗어나간다. 사물은 물론 타인까지 마음대로 조종하는 루시의 모습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익숙한 능력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루시'는 이를 뇌 사용량을 바탕으로 한 가상적인 설정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뤽 베송 감독은 "할리우드에서처럼 기계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못한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루시'는 액션 장르의 쾌감 속에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와 다르다. 범죄조직에 납치되는 루시의 모습과 사냥에 나선 표범의 모습을 교차시켜 인간 세계에서도 변함없는 약육강식의 논리를 강조하는 영화 초반부가 그 대표적인 장면이다.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우주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 후반부의 현란한 영상미 또한 '루시' 만이 지닌 장점이다. 

다만 그 철학적인 메시지가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는 점은 '루시'의 단점이다. 우주의 기원까지 장황하게 다루지만 결국 영화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존재라는 뻔한 결론을 내릴 뿐이다. "우리는 10억 년 전에 생명을 받았다. 그걸로 뭘 해야 할지 이제는 알겠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루시의 내레이션이 조금은 맥빠지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청소년 관람불가. 9월3일 개봉. 

▲ 영화 '루시'/UPI 코리아
▲ 영화 '루시'/UPI 코리아
▲ 영화 '루시'/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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