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예

[한류 3.0 시대가 열린다] <1> 韓 기획력+中 자본력…13억 홀린 연예대혁명

반응형

[한류 3.0 시대가 열린다]


드라마를 시작으로 K팝으로 이어진 한류가 이제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중심으로 한 '한류 3.0'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과거 단순한 콘텐츠 수출에 그쳤던 한류는 이제 해외 투자 유치와 합작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한류의 현재를 여섯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한류 3.0

지난 2월 25일 데뷔한 '우주소녀'는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연예 기획사가 맞손을 잡고 선보인 아이돌 그룹이다. 2015년 4월 상호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한국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위에화엔터테인먼트가 우주소녀의 기획·제작을 함께 맡았다. 12명의 멤버 중 3명이 중국인 멤버로 구성돼 있는 우주소녀는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주소녀 이전에도 해외 국적 멤버가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하는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에프엑스·미쓰에이·트와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아이돌 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국내 연예 기획사들이 제작 단계부터 해외 멤버들을 캐스팅해 만든 아이돌 그룹들이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우주소녀처럼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중국의 자본이 힘을 합치는 경우는 없었다. 해외 시장을 향한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다.

▲ 한국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위에화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기획 및 제작한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과거 한류 열풍에 있어서 연예기획사의 역할은 다분히 수동적이었다. 먼저 국내에서 성공한 뒤 이를 발판으로 삼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대부부이었다. 가수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새로운 한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된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대중문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연예기획사들은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 기획사와의 합작을 추진하거나 해외 자본 투자을 유치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중국 자본이 국내 연예 기획사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3대 가요 기획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과 파트너십 체결을 맺었다. 이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음악 콘텐츠를 알리바바 그룹 산하에 있는 알리바바 뮤직그룹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중국 온라인 음악 업계 1위 업체인 해양음악그룹(CMC)과 손잡고 음원을 독점 유통 중이다. JYP엔터테인먼트와 해양음악그룹은 향후 중국 현지 법인 JV를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팬미팅 행사를 가진 아이돌 그룹 EXID. 이날 행사는 EXID의 소속사 바나나컬쳐와 손잡은 중국 미디어 그룹 바나나프로젝트가 운영하는 판다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바나나컬쳐 제공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그룹 EXID가 속해 있는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의 바나나프로젝트와 손잡았다. 바나나프로젝트는 판다TV 등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그룹이다.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사명도 바나나컬쳐로 변경했다. 바나나컬쳐 측은 "바나나프로젝트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중국 시장 진출에 앞서 국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씨엔블루·FT아일랜드·AOA 등이 소속돼 있는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민영기업이 쑤닝 유니버셜 미디어로부터 약 33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쑤닝 유니버셜 미디어는 중국 100대 부호 중 하나인 쑤닝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이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정우·이다해 등 배우들과 유재석·정형돈·지석진 등 예능인까지 대거 영입해 사업 영역을 다방면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쑤닝 유니버설 미디어의 투자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업계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도 중국 투자 유치에 나섰다. 김윤석·주원·유해진·임지연 등이 소속돼 있는 심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15일 아시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화이브라더스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브라더스는 드라마 제작, 영화 투자·배급, 연예인 매니지먼트, 마케팅, 음반 제작, 게임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이번 투자 계약을 통해 심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진출의 보다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 지난달 15일 투자 계약을 맺은 심엔터테인먼트의 심정운 대표이사(왼쪽)와 중국 화이브라더스의 왕중레이 회장./심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예 기획사들이 이처럼 중국과 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유독 규제가 많은 중국 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마련해둔 플랫폼을 통해 더욱 손쉽게 중국 대중과 만날 수 있다. 실제 EXID는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팬미팅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바나나프로젝트가 운영하는 판다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우주소녀도 중국에서 쇼케이스를 여는 등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발빠르게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투자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가 잠식당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내놓고 있다. 쏟아지는 자본의 영향으로 그동안 자체적으로 쌓아온 노하우와 콘텐츠만 중국에 흡수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투자·합작이 이제 막 시작한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경영의 주체가 되는 회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 아직은 중국의 투자 유치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