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예

[한류 3.0 시대가 열린다] <4> 합작 바람 탄 영화, 아시아 넘어 미국까지

반응형
▲ '수상한 그녀'의 중국 리메이크판 '20세여 다시 한 번'의 스틸./CJ엔터테인먼트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 속에서 유난히 힘을 발휘하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영화다. 물론 한국영화가 해외에서 전혀 주목 받지 못한 건 아니다. 박찬욱·김지운·봉준호·홍상수·이창동·김기덕 감독 등의 작품들은 해외 영화제를 통해 소개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스타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합작 프로젝트나 국내 원작의 해외 리메이크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드라마와 K팝을 뛰어넘어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향한 '한류 3.0' 시대를 맞이해 영화도 이제 새로운 전략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 투자배급사들이 해외 스튜디오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거나 현지에 맞는 기획으로 다양한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 영화 '수상한 그녀'의 베트남 리메이크판 '내가 니 할매다'의 스틸./CJ엔터테인먼트

◆CJ E&M의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

CJ E&M 영화사업부문은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는 한 가지 소스를 모티브로 해 국가별로 현지화 과정을 거쳐 개봉하는 방식을 뜻한다. CJ E&M은 2014년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모은 '수상한 그녀'를 아시아 각 지역에서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어떤 국가, 어떤 사업자도 시도한 적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은 지난해 1월 중국에서 개봉한 '20세여 다시 한 번'이다. 이 영화는 중국 내에서 총 매출 3억6500억 위안(한화 약 657억원)을 거두며 한중합작 영화 매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리메이크판인 '내가 니 할매다'가 개봉해 485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베트남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4월 중에는 일본 리메이크 버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태국판과 인도네시아판은 캐스팅과 기획을 마무리하고 연내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또한 CJ E&M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합작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1위 극장 사업자인 메이저 시네플렉스 그룹과 영화 투자 제작 합작 회사 CJ 메이저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향후 3년 동안 10여편의 영화를 제작, 배급하기로 결정했다.

CJ E&M 측은 "한국 영화 시장이 '뿌리'이고 중국 영화 시장이 '현재'라면 동남아 영화 시장은 '미래'"라며 "할리우드에서도 생소한 전략으로 신규 시장 공략을 꾀함으로써 '아시아 넘버1 스튜디오'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라마에 비해 속도가 디딘 'K필름'의 세계화에 새로운 해법 제시"라며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 '전략의 의미를 강조했다.

▲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화책합신' 출범식에 참석한 NEW의 김우택 총괄대표(왼쪽)와 화책미디어의 장호 부사장./NEW 제공

◆NEW, '화책합신' 프로젝트 추진

NEW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화책미디어와의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설립해 중국 진출에 나서고 있다. 화책미디어와 NEW가 결합했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 바로 '화책합신'이다. 화책합신은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화책합신은 현재 3편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먼저 인기 웹툰작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하는 '마녀'가 있다. 기획 단계부터 한국과 중국 현지에 최적화된 두 편의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하나의 판권을 구매한 첫 사례다. 중국판은 '20세여 다시 한 번'의 첸정다오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한국판은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연출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흥행한 '뷰티 인사이드'와 '더 폰'의 중국 리메이크도 진행 중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한국판을 연출한 백 감독이 중국판의 연출을 다시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 폰'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중국에서 제작 제안이 많았던 작품이다. NEW는 화책합신을 통해 준비 중인 3편의 작품 중 한 편을 올해 중 개봉시킨다는 계획이다.

화책합신 프로젝트는 리메이크 위주였던 기존 한중합작 형태에서 벗어나 시나리오 단계부터 한국과 중국이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우택 NEW 총괄대표는 "합자법인은 공동투자, 공동제작이 원칙이며 기타 세부적인 사항들은 중국 상황에 맞게 준비하고 진행할 것"이라며 "기존 형태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형태의 중국 합자 법인을 통한 문화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3월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쇼박스의 유정훈 대표(왼쪽)와 화이브라더스의 왕종레이 대표가 함께 악수를 하고 있다./쇼박스 제공

◆ 쇼박스, 중국 이어 미국과도 합작 진행

쇼박스도 중국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중국의 화이브라더스미디어주식유한공사(이하 화이브라더스)와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3년 동안 6편 이상의 한중 합작영화를 제작한다는 목표 아래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이전부터 공동제작과 배급을 통해 신뢰를 쌓아왔다. 지난해 맺은 파트너십 계약은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영화 시장과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영화 시장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이뤄졌다.

또한 쇼박스는 지난해 9월 블룸하우스 프로덕션과 아이반호 픽쳐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와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블룸하우스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퍼지' '인시디어스' 등 공포·스릴러 장르 시리즈를 제작해 총 14억 달러 이상의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린 회사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위플래시'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아이반호는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 중점을 둔 제작·투자 회사다.

쇼박스는 블룸하우스의 장르영화 기획 및 시나리오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향후 5년 동안 6편의 한국 스릴러·공포 영화를 기획·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개봉을 위한 제작·마케팅·배급은 쇼박스가 담당하며 아이반호가 투자를 맡는다. 또한 작품 중에서 추후 협의를 통해 블룸하우스 및 아이반호와 함께 영어 리메이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도 확보했다.

쇼박스의 유정훈 대표는 블룸하우스와 아이반호와의 계약에 대해 "국내의 특색 있는 아이디어 기반의 신인 작가, 감독 발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침체된 한국 스릴러·공포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내의 능력 있는 제작자·작가·감독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해 전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며 의미를 밝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