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연예

호러퀸 변신한 이시영 "로맨틱 코미디만으론 부족해"

반응형
 
 

이시영(31)에게 '무기'가 하나 더 장착됐다. 복서로서가 아니다. 잘 할 수 있고, 잘 하고 싶은 장르가 생겼다는 뜻이다. 27일 공포 스릴러 '더 웹툰 : 예고살인'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로맨틱 코미디 전문으로만 비춰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가능성을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 로맨틱 코미디에 조금 질렸나 보죠.

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줄곧 출연해 오던 장르를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연기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호러라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진지한 정극 연기에 목말라 있었는데, 마침 거기에 어울리는 시나리오가 들어와 출연을 마음먹었어요.



- 장르적 접근이 아닌 그저 시나리오가 좋았다?

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극중 인물이 마음에 들었어요. 주인공 지윤은 삼류 웹툰 작가 출신이잖아요. 지윤을 보면서 왠지 불쌍하게 여겨졌고, 능력은 없지만 희망을 가지고 아둥바둥대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어요.

더 솔직하게는 데뷔 초기의 제 모습이 겹쳤다고나 할까요. 스물 여섯 살 때까지 데뷔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예전이 떠올라 인물의 심리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 의외군요. 연기면 연기, 복싱이면 복싱 하는 것마다 승승장구하지 않습니까.

어휴…, 아니에요. 스물 여섯 살이란 나이가 시작하는 여배우에겐 적지 않은 나이잖아요. 물론 연기자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고, 또 거치는 무명 시절이지만 저 또한 당시에는 '왜 난 이렇게 안 풀리지'라며 혼자 자책하고 실망했었거든요.



- 흔히 보는 공포영화속 여배우의 연기가 아니라서 좋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비명만 지르다 끝나는 식이 아니란 거죠.

인물을 세련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호러란 장르가 전형적인 연기만 보여주다 끝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장르인 탓에 저 나름대로는 다르게 연기해보자 노력했어요. 감사하게도 다르게 보였다면 제 노력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한 캐릭터 덕분이겠죠. 원작자와 연출자인 김용균 감독님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 그럼에도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리듬을 잃어버리고 다소 구태의연해집니다. 참신했던 도입부를 살짝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말이죠.

네, 저도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많은 대중을 겨냥한 상업영화이므로 이해하기 쉽도록 인물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다 보니 설명이 조금 길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저와 형사 기철을 연기한 (엄)기준 오빠가 다소 진부한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이 그럴 가능성을 처음부터 몰랐던 건 아닙니다. 기획 단계에서 저희들끼린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설정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너무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자꾸 고쳐지면서 벌어진 상황이기도 해요.



- 상업영화를 만들면서 창작자와 자본은 타협과 양보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죠.

물론이죠. 또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듭해야 하고요. 그러나 자본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작품들 고유의 개성과 특색이 사라지고, 배우가 한 가지 이미지에만 갇히는 것같아 걱정스러울 때도 있어요.

저만 해도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로맨틱 코미디 전문이란 인상이 강해서인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영화들은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더군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이시영이란 배우가 이런 연기도 할 줄 아네"란 느낌을 받는다면,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출연이 가능해질 듯 싶어요.

   
 


- 복싱 얘기를 안 할 수 없군요. 올 봄 '남자사용설명서' 개봉 당시 다리를 다쳐 고생했었잖아요.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에요. 뼈에 미세한 실금이 갔는데, 쉬면 좋아졌다가 운동하면 다시 아프기를 지금도 반복중입니다. 꾹 참고 운동하다 보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네요.



- 정식 소속팀(인천시청)이 생겼습니다. 운동하기 훨씬 좋아졌나요?

아무래도 체계적인 지원을 받으니까 편하죠. 대신 책임감이 커졌어요.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정말 열심히 운동해야겠구나'라며 다짐해요.



- 마지막으로 이시영은 배우일까요, 복서일까요?

우하하하! 당연히 배우죠. 복싱도 잘하고 싶어하는…./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디자인/양성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