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갑작스레 시작된 달러화 강세를 지켜보던 김 모씨. 그는 고민이 깊다. '달러 예금에 넣는다, 달러 DLS(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해라….'는 주변의 유혹에도 투자를 미뤘던 게 화근이다. 좀 더 달러 값이 내려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마음만 급해졌다. 김 모씨는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더 미룰 수는 없을 것 같다. 외화 표시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금융상품이 안되면 달러 예금이라도 넣어야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박 모씨는 지난해 말 묻어둔 RP 때문에 싱글벙글한다. 달러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갑작스레 값이 뛰면서 기대 이상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투자자들 사이에 '백조'가 됐다. 연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되면서 달러값이 오르고 있어서다.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최근 1개월간 달러는 2.8%(블룸버그 기준)나 뛰었다.
역외펀드 설정액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고, 달러 DLS·RP, 달러화 예금 등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역외펀드 1조 돌파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역외펀드 설정액은 1조501억원에 달했다. 3월 말 8160억원, 4월 말 8341억원, 5월말 9091억원, 6월 8731억원 , 7월 9404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투자자산을 원화와 달러로 분산하려는 자산가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역외펀드는 해외에 등록된 펀드를 말한다. 주로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지역에서 설정돼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펀드 기준가도 원화가 아닌 달러, 유로, 엔 등 해외 통화로 표시된다. 환차익은 물론이고 펀드 투자에 따른 투자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환매할 때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피델리티미달러채권', '블랙록아시아타이거', 'AB글로벌고수익채권',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 등이 대표적인 역외 펀드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달러가 전체 자산가치 변동을 방어하는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 구조화상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달러 DLS(파생결합증권)와 DLB(파생결합사채)가 대표적이다. 삼성·KDB대우·우리투자·현대증권·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가 이달 발행한 외환 DLS는 3098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전체 2835억원을 웃돈다. DLS는 환율이 일정기간 후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지만 않으면 애초 약속했던 수익률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10월 들어 달러값 오름세가 가팔라졌지만,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아 최근 판매가 늘고 있다.
달러형 환매조건부채권(RP)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 후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확정금리형 채권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미 달러화(USD) RP 잔고는 최근 업계 최초로 3억 달러를 돌파했다.
신한금융투자 소상현 RP운용부장은 "유학, 이민, 해외투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일시 보유중인 미국 달러를 고금리로 운용할 수 있으며, 수출입대금 외화 결제가 잦은 법인의 경우에도 효율적인 달러자산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4분기 RP 잔액은 74조1000억원으로 2조4000억원, 투자자예탁금은 23조9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늘었다.
◆"달러자산에 투자하라"
달러에 직접투자하는 이들도 많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월 말 국내 거주자의 개인 달러화 예금은 96억8000만달러로 9월 한 달 동안 7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올해 3분기(7∼9월) 개인의 달러화 예금 증가액은 26억7000만 달러나 된다. 개인의 달러화 예금은 사상 최대치로 작년 7월 말 50억 달러와 비교하면 1년 2개월 사이 두 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달러예금의 만기는 3개월~3년까지 다양하다. 금리가 연 1% 내외로 낮은게 흠이지만, 만기 때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가능성이 작더라도 90년대 후반(달러강세, 미국으로의 쏠림, 저물가, 신흥국 위기 반복)의 재현을 항상 대비해야 한다"면서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투자에서 확실한 그림은 미국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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