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 중인 H씨. 남들은 이름만 들어도 부러워할 만한 아파트에
살지만 정작 윗집에서 변기물 내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통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그렇다고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할 수도 없어
난감하기만 한 상황.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다툼, 살인 등의 기사를 볼 때마다 남일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얼마
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새 아파트를 얻어 이사한 L씨. 내 집 마련을 했다고 좋아하기도 잠깐. 4살짜리 딸아이가 걷기만 해도 바로 울리는 인터폰
때문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시끄럽다고 하소연하는 아랫집에 미안하면서도, 아이 걸음소리가 소음이 될 만큼 엉망으로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에
분통이 터진다.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층간소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실제,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아랫집 여자의 항의가
너무 심하다. 죽이고 싶다', '윗집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살인이 이해가 된다' 등의 과격한 글들이 수십 개씩 올라와
있다. 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뉴스를 통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소식이 보도되기도 한다.
한 아파트의 경비실 관계자는 "윗집
자녀들 뛰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아래층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매일 쇄도한다"며 "마늘 찧는 소리나 강아지가 매달고 다니는 방울소리, 윗층
아저씨의 잦은 기침소리 등을 줄여달라는 항의가 올 때는 이를 윗집에 전하기가 난감하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면서 정부는 내년 5월부터 바닥구조 기준을 강화, 소음을 잡겠다고 나선 상태다. 제도 시행에 앞서 건설사들도 최근 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거나 신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위례신도시
'위례 송파 힐스테이트'에 층간소음 완화재를 일반 20mm보다 10mm 두꺼운 30mm로 강화했다. 여기에 욕실 바닥에 배수 배관을 설치해
윗층에서 들리는 오수와 배수의 소음을 줄여주면서 세대별 유지보수가 가능토록 한 층간소음절감형 배관시스템을 적용했다.
대우건설이
같은 위례신도시에서 선보인 '위례 센트럴 푸르지오'는 소음차단 효과가 큰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다. 이 구조는 건축물 뼈대를 구성하는 방식 중
하나로, 상층부 무게를 내력벽으로 모두 지탱하는 벽식구조와 달리 기둥을 통해 하중을 전달한다. 상하층부 바닥판과 내벽이 하나의 콘크리트 덩어리로
연결된 벽식 구조보다 층간소음이 훨씬 덜하다.
또 요진건설산업이 고양시 백석동 일대에 짓는 '일산 요진 와이시티'는 법정 기준보다
각각 70mm, 20mm 두꺼운 250mm 슬라브와 30mm 완충재를 적용했다. SK건설도 인천 남구 용현동 '인천 SK Sky VIEW'에
30mm 두께의 층간소음 완충재를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기술의 발달과 함께 벽체나 슬라브 두께가 얇아지면서 공사비는
절감했지만 층간소음이 침해지게 됐다"며 "입주민 주거만족 및 판매 촉진을 위해 공사비 상승을 감수하고 층간소음 저감 설계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옥기자
pso9820@metroseoul.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