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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량진에서 소방직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한정수(23)씨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학원→스터디→독서실→고시원을 오가는 한씨의 공부는 밤 12시가 다 돼서야 끝난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도 하루 평균 15시간 가까운 중노동이다. 게다가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인 한씨에게는 주말도 휴일도 없다. 매달 꼬박꼬박 100만원이 넘는 학원비와 생활비를 보내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시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한씨는 2년 전 대학을 휴학하고 '공시촌'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정착했다. 결혼 상대 직업 인기 1위라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다. 한씨는 요즘 정부의 공무원 2만여 명 증원 발표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그만큼 합격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문호가 개방되면서 고교 졸업 예정자는 물론 직장인들까지 대거 도전장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는 7월 시행하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무려 74.8대 1이다. 선발 인원을 늘렸지만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공시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노량진 학원가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시험은 어차피 자기와의 싸움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7월 소방직렬 시험을 앞둔 한씨 역시 마찬가지다. 한씨는 눈을 뜨자마자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식빵으로 아침을 때운 뒤 오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학원에 도착한다. 첫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되지만 매일같이 펼쳐지는 '자리 쟁탈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다. "큰 강의실은 수용 인원이 800명이에요. 뒷자리에서는 강사 말소리도 안 들리죠. 앞자리에 앉으려면 강의실 개방 전에 줄을 서야 합니다. 앞줄에 설수록 합격 가능성이 커질 것 같은 미신 때문에 더 일찍 오게 되죠." 오후 1시쯤 학원 강의가 끝나면 한씨는 '밥터디(밥+스터디의 준말·함께 밥 먹고 공부하는 모임을 일컫는 공시족 은어)' 친구들을 만나 고시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한 끼에 4000원이지만 식권을 대량 구매하면 할인받을 수 있어 31만원을 내고 100장씩 산다. 바쁠 땐 2500원짜리 컵밥으로 해결한다. "노량진 와서 가장 고마웠던 게 밥 인심이에요. 컵밥집이든 고시식당이든 싸고 푸짐하죠. 근데 올 초 구청에서 컵밥집을 철거하겠다고 해서 반대 서명하고 난리가 났죠. 주변 상인들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가난한 공시생 입장에선 컵밥집 철거하면 끼니를 걱정해야 하거든요." 공부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씨는 "노량진에서는 '엉덩이로 공부한다'는 말이 있다"며 "한밤중에 인근 학교 운동장에 나가보면 진득하게 앉아 공부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하는 공시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씨는 "남들은 '영혼 없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흉보지만 이곳 수험생들은 정말 필사적이다. 참고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공무원의 자질을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고시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근의 공시 열풍에 대해 취업포털 알바천국 최인녕 대표는 "청년 실업과 조기 퇴직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 평생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젊은이들은 물론 40대 직장인까지 가세한 '공시 열풍'은 더욱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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