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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권기봉의 도시산책] 차들이 사라진 거리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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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기봉

얼마 전 서울 홍대앞에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홍대앞 주차장 골목, 즉 홍익로에서 와우산로 21길에 이르는 일명 '어울마당로'에 움직이는 차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어 보니 같은 날 차량 통행이 금지된 곳은 홍대앞뿐만이 아니었다. 서울 연신내의 '연서로29길'에서도 지나가는 차량에 마음 졸이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연서로29길은 도로를 따라 1백여 점포가 몰려 있는데다 주변에 학교와 학원, 공원이 많이 위치해 있어 자동차보다는 도보 위주의 교통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곳이다. 바로 그런 곳에서 지역 상인들이 먼저 보행 전용거리 조성을 요구했다는 점이 예전과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차를 타고 그냥 휙 지나가는 것보다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주말 인사동 거리의 예에서 확인한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보행 전용거리가 '이태원로'를 비롯한 창덕궁 앞의 '돈화문로'와 '강남대로' 등 모두 6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홍대앞 어울마당로 역시 시범운영을 거쳐 올 10월 이후면 주말마다 보행 전용거리로 본격 운영된다. 신촌오거리에서 연세대앞 네거리까지 550m 구간의 '연세로'는 바로 내일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시각장애자나 지체장애자와 같은 이들은 집밖을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점자 유도블록이 가로수나 상가의 입간판에 의해 끊긴 곳이 많고,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세운 볼라드는 규격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나머지 오히려 부상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도의 높은 턱도 여전하며,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도나 육교를 이용해야만 하는 길도 여럿이다.

하지만 서울 거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 동안의 차량 위주 정책에서 걷는 이들을 위한 정책으로의 인식 전환…. 미진한 곳은 보완해 가면서 걷기 좋은 서울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뗐다./'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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