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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권기봉의 도시산책] <55>'서울 유일' 석유비축기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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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 석유비축기지


얼마 전 서울 성산동에 다녀왔다. 월드컵경기장 북서쪽에 있는 매봉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등산이 목적은 아니었다. 이른바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건설된 것은 지난 1979년, 제2의 한국전쟁과 같은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선지 모두 5개에 이르는 대형 석유 탱크가 줄지어 들어서 있는 석유비축기지의 코 앞에 다가갈 때까지 산 아래에서는 석유탱크나 진입로 같은 시설들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탱크 한 기의 높이가 보통 4~5층 빌딩의 높이에 해당하는 15m에 달했지만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이유는 그만큼의 땅을 판 뒤 묻는 방식으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또 지형상 조금이라도 노출될 수 있는 부분에는 옹벽을 둘러쳐 눈에 띄지 않게 했고, 그 주변에 다시 철조망을 설치해 사람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했다.

그런 마포 석유비축기지에 저장해뒀던 기름의 양은 약 131만 배럴, 당시 서울의 하루 석유 사용량에 해당하는 양이자 승용차 410만 대를 한꺼번에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이 열리기 2년 전인 지난 2000년, '서울 유일'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비축해뒀던 기름을 경기도 용인으로 옮긴 뒤 21년 만에 그 운명이 일단락된다. 500m 떨어진 곳에 한번에 수많은 관중이 모이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폭발이나 화재와 같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원천적으로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옛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특이한 것은 이 시설의 활용 방안을 두고 시민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모았다는 점인데, 예전 같았으면 철거를 하든 재활용을 하든 관청에서 '알아서' 정했을 것이 이제는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존폐와 활용 방안을 찾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버려졌던 '쓰레기더미 산'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라는 '자연 재생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현장 바로 옆에 자리한 마포 석유비축기지. 과연 '남북 대결 시대의 유물' 가운데 하나인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앞으로 어떠한 새 운명을 부여받게 될까? 그 미래는 이제 시민들의 아이디어, 그리고 참여에 달려있다./'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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