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의 기어 VR는 360도 파노라믹 뷰와 96도의 시야각을 제공한다. /오세성 기자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지난 11월 24일 삼성전자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삼성 기어 VR(Virtual Reality)'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6', '갤럭시 S6 엣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 '갤럭시 노트5'를 장착해 사용하는 기어 VR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머리에 쓰면 눈앞에 거대한 화면을 보여주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화면이 뭐 대단한가 싶을 수 있지만, 이 제품은 큰 인기를 끌며 출시 당일 매진되는 사태를 만들었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은 갤럭시 S6 전용이었던 이전 모델에 비해 가격은 절반(12만9800원)으로 저렴해졌고 무게는 318g으로 가벼워졌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점이 제품의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기어 VR가 인기를 끈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지금도 구하기 어렵다는 기어 VR를 기자가 구해 직접 사용해봤다.
기어 VR의 구성품은 매우 단출하다. 헤드셋과 고정용 스트랩, 손바닥보다 작은 책자가 구성품의 전부였다. 별도의 전원도 없고 호환되는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것으로 바로 구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방법도 무척 간단했고 머리에 쓰면 짧은 튜토리얼을 실행해주기 때문에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튜토리얼이 끝난 후에는 오큘러스 홈으로 화면이 전환돼 구동할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할 수 있다. 제품 상단의 휠을 이용해 개인의 시력에 따라 초점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안경을 벗고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내부 공간이 넓어 안경을 쓴 상태에서 착용해도 무방했다.
- ▲ 삼성 기어 VR의 안쪽 모습. 내부 공간이 넓어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쓸 수 있고 두꺼운 스펀지를 달아 착용감도 준수하다. 렌즈 사이에 근접센서가 있어 사용자의 착용 여부를 인식한다. /오세성 기자
우선 영상을 선택해 실행하니 아프리카의 대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360도 VR체험 동영상이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멀리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들어간 듯 생생한 체험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기어 VR에서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쥬라기 월드: 아파토 사우르스' 등의 트레일러를 360도 3D 영상으로 제공했다. 이 영상에서는 아이언맨의 시점과 쥬라기 월드에 있는 관람객의 시점을 통해 현장에 있는 듯 한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생생함은 강점, 화질은 숙제로 남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360도 3D 영상의 경우 큰 무리 없이 몰입할 수 있었지만 2D 영화를 감상하는 경우 등에서 디스플레이의 픽셀이 눈에 띄어 몰입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기자가 기어 VR에 사용한 기기는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로, 화면 1인치당 픽셀 518개(ppi)가 들어간 플래그십 기종이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이 400ppi 내외인 것을 감안할 경우 기어 VR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좌우로 나눠 확대하기에 일어나는 불가피한 문제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가까이서 보는 때문인지 눈의 피로감이 일반적인 모니터나 TV에 비해 심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기어 VR의 가능성은 해양 생태계를 설명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며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바다 속에 들어간 것처럼 물고기들을 따라다니며 돌고래와 백상아리, 가오리 등 다양한 어류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이 앱은 HMD이 교육부문에서 아이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충분했다.
현재 학교 교육에서 동식물과 문화재 등에 대한 교육은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다. 특히 한국사의 경우 수십 년째 교과서에 실린 손바닥보다도 작은 사진을 통해 문화재 교육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국내 유적지와 문화재, 여러 동식물을 생생한 가상현실로 보여주고 설명한다면 아이들의 교육이 한 단계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정확한 동작인식 센서와 일체형 터치패드
HMD은 골판지를 이용한 저가품부터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고가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다양한 HMD 가운데 기어 VR는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에 속한다. 그렇다면 보다 저렴한 제품에 비해 기어 VR가 가지는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가 HMD의 경우 기기에 동작 인식 센서가 없어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를 이용해 사용자가 고개 돌리는 방향을 짐작한다. 허나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이 기능의 정확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정도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빠르게 고개를 돌려야 하는 게임의 경우에는 오차가 제법 발생하는 편이다. HMD에서 이런 오차가 발생하면 화면이 튀며 눈에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기어 VR는 제품 자체에 가속도계와 자이로미터, 근접센서를 장착해 사용자의 제품 이용 여부와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게임을 하며 의자에 앉아 몸을 빠르게 회전하거나 고개를 위아래로 급격히 움직이더라도 기어 VR에서는 오차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센서가 정밀한 덕에 침대에 누워서 뒹굴 거리며 영화를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 ▲ 삼성 기어 VR는 스마트폰 화면을 둘로 나눠 영상을 보여준다. / 오세성 기자
기어 VR에 터치패드과 취소버튼, 볼륨 조절 버튼이 장착돼 착용 상태에서도 간단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저가 HMD의 경우 착용 상태에서 조작이 불가능하기에 약간의 설정이라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벗고 스마트폰을 꺼내 다시 설정한 뒤 재 착용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기어 VR 시리즈 자체에서도 발전은 있었다. 이전 제품에서 터치패드가 평평해 손으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에 비해 이번 기어 VR에서는 터치패드와 기기 표면 사이에 홈을 만들어 손의 감각으로 패드의 위치를 쉽게 파악하고 사용하기 좋게 개선됐다. 덕분에 별도의 조작 장치가 없어도 기어 VR만으로 상당수의 앱을 사용할 수 있었다. 기어 VR를 착용한 상태에서 이어폰 사용과 휴대폰 충전도 가능하기에 사용하며 배터리가 부족해 스마트폰이 꺼질 걱정도 덜어낼 수 있다.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어 VR의 경우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HMD는 최근 발생한 신생 시장이기에 전반적으로 VR용 콘텐츠의 양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달 초 삼성그룹은 미국의 VR 콘텐츠 제작 업체 '바오밥 스튜디오'에 600만달러(약 70억원)를 투자하며 VR 생태계 조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여러 HMD 업체가 있지만 향후 콘텐츠 공급에 있어 삼성의 기어 VR가 강점을 지닐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HMD 시장을 남보다 먼저 접하고 싶다면 삼성 기어 VR는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경제 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송시장 4.9% 성장…유료방송 가입자 중 42.3% 결합상품 이용 (0) | 2015.12.24 |
---|---|
구글, '챗봇' 기능 탑재…새 모바일메신저 준비 (0) | 2015.12.24 |
삼성바이오, " 제2의 반도체 신화 만들 것" (0) | 2015.12.22 |
면세점 탈락 SK네트웍스 신의 한수는? (0) | 2015.12.22 |
[2015년 산업 결산] 바닥찍은 조선업계 해법찾기 스타트 (0) | 2015.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