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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기획] 큰 물에서 한 번 놀아 볼까요?…발 넓히는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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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가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2012년 4월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인한 철퇴를 맞은 후 매출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시장형 실거래가제, 사용량-약가연동제 등 정부가 또다시 제약사의 앞길을 막았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의료기기·화장품·식음료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고 외국계 제약사는 국내 바이오업체들과 힘을 모으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에 손 벌리는 제약사들

먼저 국내 제약사들이 의료기기 시장에 연이어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겪은 매출 손실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외 의료기기의 판권을 확보하거나 회사 내에 의료기기 개발팀을 조직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영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스미스메디컬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혈관확장용 카테터를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용성형분야 의료기기 계열사인 일동에스테틱스를 통해 냉동지방분해 의료기기를 출시했다. 게다가 회사는 이 제품 외에 다양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미용성형 분야 의료기기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동화약품은 스페인 제약기업 라보라토리신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의료기기 전문 브랜드인 파마라스틱의 국내 판매권을 확보했다. 파마라스틱은 근골격계와 정맥혈관 질환에 따르는 통증을 완화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라보라토리신파의 브랜드로 현재 전세계 52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동국제약은 콘택트렌즈 전문 중소업체 벨모아콘택트를 인수해 국내외 콘택트렌즈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주회사로 전환한 동아에스티도 의료기기업체인 엠아이텍을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뷰티 시장을 잡아라!

국내 제약사들의 외도 중 가장 눈길을 모으는 것은 뷰티 시장이다. 제약사들이 브랜드 리뉴얼 등으로 화장품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은 기존에 판매해왔던 병의원 전문 화장품을 에스트라라는 통합 브랜드로 출시했으며 대웅제약 관계사인 디앤컴퍼니는 세포 재생에 초점을 맞춘 화장품 이지듀를 선보였다.

또 한국오츠카제약은 일본에서 남성화장품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우르오스를 들여와 대형 마트와 드럭스토어 등으로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보령제약 역시 일본 다이이찌산쿄헬스케어가 개발한 미백기능성 화장품 트란시노 화이트닝 에센스를 도입해 현재 약국에 유통 중이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최근 관계사인 약국 영업·마케팅 업체 온라인팜을 통해 화장품 전문기업 데이셀코스메틱과 비타민화장품 유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의약품 개발로 쌓아온 기술력을 표면에 내세우며 홍보·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외품과 함께 드럭스토어에서의 입지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제약사들은 보툴리눔톡신(보톡스)과 필러 등의 주름개선제를 앞세워 뷰티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이지듀를 판매 중인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와 필러 퍼펙타를 출시하고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JW중외제약은 지난해 해외에서 도입한 필러 제품 엘란쎄를 통해 매출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더욱이 동아에스티도 히알루론산 성분의 필러 부티리스를 발매했으며 LG생명과학 이브아르, 한독약품 스컬트라 등도 시장에서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 국내 업체와 손잡고 바이오의약품 개발

이와 함께 외국계 제약사들은 국내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본사가 가진 글로벌 마케팅력과 뛰어난 국내 기술력을 융합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첫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으며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바이오플랜트에서 의약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로슈 역시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관련된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으며 머크는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통해 국내 업체와 힘을 합치겠다는 심산이다.

또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기업 파멥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국노바티스도 이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래도 튀어야 산다!

제약업계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미 발을 넓히는 데 성공한 제약사가 있어 눈에 띈다.

지난해 467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보다 41% 늘어난 실적을 올린 광동제약이다. 이는 광동제약이 다른 것보다 음료 분야에서 탄탄한 판매망을 구축했기 때문인데 2012년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 제주삼다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광동제약은 음료 분야에서의 성공으로 제약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3년 의약품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2년 국내외 상위 제약사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평균 3~4%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광동제약의 의약품 부분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6.0%다. 또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에도 광동제약은 흔들림 없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전문의약품 30종, 일반의약품 18종의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독약품에서 사명을 한독으로 변경한 한독은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세계 1위 제네릭 제약사인 이스라엘의 테바와의 합작회사인 한독테바를 설립한 한독은 한독테바의 매출과 실적을 통해 한독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또 1년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 부분을 인수했다. 관절염치료제 케토톱을 필두로 약 500억원대로 추산되는 태평양제약의 매출을 이어받아 일반의약품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최근에는 카레의 주 원료인 울금에서 추출한 커큐민을 원료로 하는 숙취해소제 레디큐를 출시해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에도 진입했으며 바이오 벤처회사 제넥신의 지분을 인수하며 지속형 성장호르몬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정책적인 리스크까지 존재해 제약사들은 실질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광동제약이나 한독처럼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다각화를 통한 매출을 다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성장세를 이어갈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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