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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기획] '토끼의 피눈물'로 만드는 화장품 구입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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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대체할 방법 이미 많아 

국회 '동물실험 전면 금지 법안' 준비 

▲ /Cruelty Free International 제공

줄지어 있는 작은 상자 안에 목을 고정한 토끼들이 있다. 이 토끼의 눈 점막에 몇 시간 간격으로 화학물질을 주입한다.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씻어낼 눈물이 분비되지 않는 연약한 눈을 가진 토끼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등뼈나 목뼈가 부러져 죽어간다. 

이것은 화장품 제조에 앞서 행해지는 동물실험 가운데 가장 잔인한 것으로 알려진 '드레이즈 테스트'의 모습이다. 화장품이 눈에 들어갔을 때 눈 점막을 자극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으로 샴푸나 마스카라 등을 생산할 때 실시했다. 이 실험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에 비해 의학적 도움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폐지되는 추세다.

▲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실험 금지는 전 세계적 추세 

동물실험은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데 의약품·화장품·식품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활용된다. 이 중 화장품 동물실험은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이 가장 거센 영역이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이 아닌 그저 아름다움을 위해서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지 검증하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원료를 이용하거나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법을 도입하면 동물실험 없이도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수만 가지의 원료가 있는 데다 이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등록된 화장품 원료만도 2만 종에 달한다. 이를 이용하면 별도의 검사 없이도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론자들과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충분한 대체실험법들이 연구·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험관에 배양된 인간의 피부세포를 사용하면 오히려 동물 피부에 시험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페니실린 같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동물에게 안전하다고 해서 인간에게도 반드시 그러하진 않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OECD에서도 화장품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대체실험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1일에는 유럽연합에서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에서는 화장품과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이 금지됐고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 중 유럽 외 국가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동물실험을 거친 경우 수입·판매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인도도 이미 법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판매 전 동물실험을 요구해온 중국도 올해 6월부터는 중국 내에서 생산된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중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한해서는 대체실험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수입품에 대해서는 아직 동물실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후 수입품까지 대체실험을 인정할 가능성도 높다. 

▲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 실시 회사 없지만 언제든 가능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에서도 동물실험 반대는 하나의 흐름이 됐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협회 소속의 140여 개 화장품 회사가 모두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 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고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실험을 실시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대체실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체에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현행법상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회사가 원하면 언제라도 동물실험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몇몇 국회의원들과 함께 동물실험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유럽연합의 동물실험 금지 1주년에 맞춰 준비하고 있어 예정대로라면 이미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에 상정했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이슈 등 우선순위에 밀려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평소 동물 복지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보건복지위 소속) 역시 법안 구상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의 보좌관은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에 대해 아예 제조를 금지하는 방안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판매 금지를 하는 식으로 가게 될지는 아직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혀 구체적인 법안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동물실험이 필수이고 일부 검사의 경우 대체실험법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금지되지 않은 지금도 모든 업체가 대체실험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법까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 역시 "해외의 동물실험 금지 사례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며 우리나라까지 전면 금지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지금 당장 동물실험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속적인 논의와 준비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유럽연합에서도 전면 금지에 이르기까지 20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소비자, 동물보호단체, 업계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필요로 했다.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실험 전면 금지를 외치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며 "인도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으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업체들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물실험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 전면금지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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